실리콘밸리, 하드웨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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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실리콘밸리에서 IT기업 하드웨어 구축을 돕는 PCH인터내셔널을 창업한 리암 캐시. 그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며 실리콘밸리 분위기가 현저하게 소프트웨어로 기운 것을 느꼈다. 하드웨어는 지저분하고 복잡하며 이윤이 적고 품격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사업이 기울었다. PC와 서버 장비를 만드느라 북적이던 활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가 한 일이라곤 아웃소싱을 원하는 기업을 위해 해외의 값싼 제조사를 찾아 연결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캐시 CEO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하드웨어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한 것을 실감한다. 제품 디자인과 생산을 도와달라는 주문이 급증하고 있는 것. 처리해야 할 계약만 1000만달러어치나 된다.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연말까지 30여명의 관련 전문가를 채용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제조 전문가도 데려오기로 했다. 캐시 CEO는 “하드웨어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하드웨어가 다시 각광받고 있는 실리콘밸리를 조명했다. `IT=하드웨어` 등식을 무너뜨린 상징적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IT기업이 되면서 `IT=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등식을 만들어냈다. 오라클과 구글이 등장하고 IBM이 2004년 PC사업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팔아치우면서 소프트웨어는 IT산업 대세가 됐다. 델은 PC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마케팅만 담당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10여년간 계속되던 흐름을 단숨에 되돌린 건 애플이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등장을 알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조화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연 것이다. `이윤이 적다`던 하드웨어지만 아이패드는 대당 195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78달러인 PC를 압도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애플은 순익 260억달러로 230억달러인 MS를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추월했다. 결국 MS는 지난 달 스마트패드 `서피스`를 공개했고, 구글은 `넥서스7`을 출시했다. 아마존은 킨들에 이어 조만간 스마트폰까지 내놓기로 했다.

하드웨어의 귀환은 실리콘밸리 지역 제조업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캘리포니아 트레몬트 지역에 위치한 테슬라 모터스는 이달 초부터 모델S 세단을 출고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AMD는 실리콘밸리 서버 디자인 및 제조업체 시마이크로를 3억3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구글 역시 넥서스Q를 이 지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스티브 펄만 기업 전문가는 “소프트웨어 회사와 하드웨어 회사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구분선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하드웨어 및 제조 귀환 사례

자료: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실리콘밸리, 하드웨어의 귀환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