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혁신(PI)은 단순한 시스템 구축이나 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경영진부터f고 직원까지 전사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진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내재화·시스템화 해야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일반 기업이 아닌 보수성 짙은 공공기관이 수행하기란 더욱 어렵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대적인 PI 프로젝트를 추진해 선진 행정체계를 구축했다. 현장 중심 업무프로세스 최적화로 지식행정체계를 구현했다. 체계적 프로세스 관리와 활용은 공공기관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타 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시스템 기반 PI활동 착수=근로복지공단이 PI를 시작한 것은 재작년 신영철 현 이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평소 프로세스 혁신에 관심이 남달랐던 신 이사장은 부임하면서부터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업무 효율화` 방안을 고민했다. 한정된 인력으로 대국민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 효율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업무 효율화로 남는 자원과 시간은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발굴하는 데 투자하자는 게 신 이사장의 신념이었다.
공단은 우선 개선 사항을 논의하고 이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PI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량적인 데이터와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단은 2010년 9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전문업체 리얼웹과 함께 PI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현 상황 진단 컨설팅을 시작으로 업무별 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그 중 PI가 필요한 프로세스를 선정했다. 현업의 요구사항을 도출한 후 BPM, 프로세스 기반 지식관리시스템(PKMS), 경영정보전시(EID)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핵심 프로세스 50개 중 25개의 시스템화가 진행됐다. PI가 꼭 필요한 프로세스, PI를 추진했을 때 효과가 큰 프로세스가 우선 대상이 됐다.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BPM 관련 여러 시스템을 구축한 후 정량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확립해 나갔다. PI는 프로세스 확립→실행→모니터링→개선활동→프로세스 확립의 체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개선 활동은 분기에 한 번씩 현업 직원들과 2박3일 워크숍에서 개선 과제를 도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분기별 50개가량 개선사항을 심의위원회에서 선별해 PI에 반영한다. 정보 입력화면이 복잡하다든지 업무 프로세스 주기가 너무 길다든지 등 실제 업무에서의 요구사항을 꾸준히 개선해나갔다.
◇BPM·EID가 PI활동 핵심시스템=공단이 구축한 시스템 중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은 BPM시스템이다. BPM시스템은 전사 핵심 업무를 프로세스 자동화로 업무 편의성을 높여준다. 시스템에서 해야 할 업무(to-do) 목록을 자동 공지하고 업무 진행현황 모니터링 및 이력관리가 가능하다. 업무 속도를 향상시켜 업무 효율성을 제고해준다.
비즈니스활동모니터링(BAM)은 BPM의 효과를 높여주는 도구다. 각 프로세스 문제점과 원인을 신속히 파악·분석할 수 있는 모니터링 화면과 자료를 제공한다. 또 균형성과관리(BSC)와 연계해 경영성과 지표상의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조치하도록 해준다.
경영진을 위해서는 경영정보전시시스템(EID)을 구축했다. EID는 경영진이 정보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모니터로 핵심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취합·정리해 실시간으로 제공해준다. 10초마다 20개 정도의 정보가 갱신되기 때문에 정보 검색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퇴직연금사업자 수, 지역별 불만건수를 비롯해 직원 경조사까지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실무자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는 프로세스 기반 지식관리시스템(PKMS)이 빛을 발하고 있다. PKMS는 업무와 지식을 밀접하게 통합·연계해 업무 수행 중 꼭 필요한 지식을 자동으로 제공하고 다양한 지식을 축적해준다.
업무 처리 시 법령이나 질의회신 등의 정형지식과 판례, 심사결정서 등의 참고지식을 조회하면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에 가장 근접한 지식들이 제시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축적되는 정보가 더 다양해져 시스템 위력이 배가되는 게 큰 장점이다. PKMS를 통해 지사별로 들쑥날쑥했던 업무 관리 효율성과 품질이 상향평준화됐다는 평가다.
◇신속한 경영전략 수립으로 리스크 감소=PI 활동과 시스템 구축으로 근로복지공단은 다양한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다. 경영진은 모든 사업부의 경영계획과 공단 핵심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신속하게 경영전략을 수정해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실무자 측면에서는 업무 처리 과정과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고 담당자 및 부서 간 공유가 가능해졌다. 다른 지사나 지역본부에서 처리한 유사 판례나 사례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행정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정보 습득의 기회가 평준화됨으로써 55개 지역본부 및 지사의 업무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종진 근로복지공단 정보화본부장은 “25개 프로세스 중 일부 프로세스는 업무 처리속도가 갑절 이상 빨라졌다”며 “기한 내 업무처리율도 높아지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PI 사례는 2012년 대한민국 공공 콘퍼런스에서 `프로세스 엑셀런스 구현 및 지적자산화 구축`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지난해엔 2011년 국가 생산성 대상 우수시스템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우수사례 대상에도 응모할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PI는 IT시스템도 필요하지만 혁신을 추진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현업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며 “향후에도 꾸준히 프로세스 개선점을 발굴하고 지속적인 개선활동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 혁신 체계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