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IRR)이 70%에 육박하는 `초대박` 벤처펀드가 탄생한다. `닷컴 버블` 후 최고 실적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008년 결성한 `한국투자 M&A 제14호 펀드(대표 펀드매니저 이원배)` 수익률이 67~68%에 이를 전망이라고 4일 밝혔다. 펀드는 5년 만기로 내년 11월 해산한다. 수익률은 보유 투자지분을 그대로 회수한 때를 전제로 추정했다.
펀드의 높은 수익률에는 사파이어테크놀러지·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두 회사 투자가 크게 기여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펀드에서 2009년 3월과 8월 각각 15억원(사파이어테크)과 74억원(와이지엔터)을 투자해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 300억원과 6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투자원금 기준 20배와 8배 수익을 거둔 셈이다. 와이지엔터와 사파이어테크는 작년 11월과 12월 상장했다. 펀드는 이외에 바이로메드(바이오), 플라웍스(터치패널 부품업체), 리얼게인(원자력 관련 제어계측업체) 등 5곳에도 투자했다. 손실 우려 지분은 없으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올 초 주식전환한 바이로메드로에서 수익을 기대한다.
업계는 펀드 수익률이 2000년 전후 만기가 도래한 펀드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제일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해산연도별 평균 펀드수익률을 보면 2000년 8.93%와 2001년 14.85%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평균수익률이 5%를 넘지 못했다. 2000년에 결성해 2005년에 해산한 펀드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0.41%를 나타냈다. 벤처 버블 붕괴 여파다. 2009년 4.28%, 2010년 2.46%, 지난해 3.43% 등 최근 해산 벤처펀드의 평균수익률이 소폭 상승세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 버블 후 최고 성과를 기록한 펀드”라며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배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도 “두 곳(사파이어테크·와이즈엔터) 모두 오래전부터 지켜봤던 곳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밸류에이션(가치)이 떨어졌을 때 투자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불황기에 투자해 호황기 회수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게 고수익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파이어테크는 투자 시점에 회사 가동률이 떨어지고 적자 우려가 있었다. 당시 몇몇 벤처캐피털은 이 때문에 투자를 주저한 반면에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장기 수익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업계는 펀드의 높은 수익률이 그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연기금과 민간회사가 벤처투자 시장에 참여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희망했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을 끊는 순간 벤처캐피털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연기금뿐만 아니라 대학·대기업도 이 시장에 참여해야 우리 벤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절차
자료:한국투자파트너스
해산연도별 벤처펀드 수익률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