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을 짊어지고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얼굴`이 아니라 `등`이라면, 우리가 무엇보다도 사랑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의 뒷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시은의 `따뜻하고 짜릿하게` 중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주로 앞만 보고 앞모습만 가꾸는데 정신이 없다. 사람은 앞모습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옆모습에서 그 사람의 우수어린 얼굴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고, 뒷모습으로는 요즘 고뇌하는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앞모습은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옆모습과 뒷모습은 쉽게 바꿀 수 없다. 앞모습이 부지런히 앞날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옆모습은 옆 사람도 신경쓰라고 속삭이고, 뒷모습은 그 사람의 그림자와 함께 지나가는 삶의 흔적과 궤적을 알아봐달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친다.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모습에 담긴 얼굴과 옆모습과 뒷모습에 담긴 우수와 고뇌어린 표정을 읽어야 한다.
앞모습을 가꾸는데 쏟은 노력만큼 옆모습과 뒷모습을 바꾸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옆모습과 뒷모습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흔적이 몸으로 나타난 모습이다. 앞모습은 화장을 해서 바꿀 수 있지만 옆모습과 뒷모습은 삶의 자세와 태도 그리고 지나온 과거의 성찰과 미래에 대한 상상을 바꿀 때 비로소 드러난다. 오늘 하루 잠시 지나가는 사람들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감상해보라. 발걸음과 표정, 숙여진 고개와 짊어진 어깨 위의 삶의 짐에서 한 사람의 지나온 삶의 역사와 지금의 심정, 그리고 미래를 향하는 담담한 자세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동료나 후배를 만나 어깨동무 한 번 해주고 등이라도 두드려주자. 지금까지도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떤 시련과 역경이 다가와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자. 꿈이 있는 사람은 걸어가는 모습부터 남다르다. 특히 꿈꾸는 사람의 뒷모습은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이고, 어떤 난관이 닥쳐와도 극복해내고야 말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열정이 불타는 모습이다. 사람을 판단하려거든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보라. 뒷모습에는 꾸미지 않은, 아니 꾸밀 수 없는 그 사람의 진면목이 숨어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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