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장도수 한국남동발전 사장

`행동하는 실천주의 경영자.`

한시간 남짓 가진 인터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장도수 남동발전 사장의 면모다. 2008년 남동발전 사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삼성 출신의 공기업 사장으로 관심을 받던 그가 항상 외쳐온 말은 바로 `현장과 혁신`이었다. 취임 이후 장 사장은 혁신형 공기업에 열정을 쏟았고 임직원들과 사내 전반에 혁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남동발전의 혁신은 시장형 공기업 전환 첫 해 기관평가에서 전력·에너지 기관 중 유일한 A등급을 받다. 삼성의 경영스타일이 공기업에 전이되면서 그 성과가 대내외 입증됐다. 이제 장 사장은 혁신형 공기업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완성시키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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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가 바뀐다고 해서 기업과 현장의 경쟁력이 떨어져서는 안됩니다. 그동안의 혁신 업무를 구조화 해 누가 책임자로 와도 남동발전의 경쟁력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분명한 사업목표와 원가개념, 그리고 시스템에 기반을 둔 업무처리.`

장 사장이 꼽은 남동발전의 경쟁력이다.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최고의 경영성과를 실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공기업 문화에 민간경영 기법을 도입했던 그의 도전은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다른 공기업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전망이다.

완성형에 다가선 장 사장의 혁신형 공기업 모델에는 `실천주의`가 물씬 풍긴다. 혁신작업을 지시하는 것을 넘어 직원 개개인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시스템화 했다.

그의 경영 혁신 방법은 책임경영 강화,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 원가혁신 프로세스 3가지로 압축된다. 특히 책임경영은 공기업 최초로 발전본부별 소사장제도를 도입하면서 강화했고 여기에 현장 경영기법을 추진해 재무성과를 극대화했다. 올 초에는 소사장제도를 발전호기별로 더욱 세분화해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을 유도했다.

리스크 관리 부문에선 설비의 고장을 미리 파악해 최적의 정비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국제 환율 검토를 통한 재무위험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영 안정성을 갖췄다. 여기에 활동원가, 물질흐름원가회계 등 원가기법을 도입하고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연료구입은 연료종합전략실을 운영해 글로벌 시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거의 4년에 걸친 혁신 작업으로 모든 업무가 철저해지면서 임직원들이 힘들어 한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기업이 갖고 있던 무사안일 체질을 시스템 경영을 통해 근본적으로 바꿨고 이제는 성과로서 말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 장 사장이 보여준 신사업 사업평가 회의록은 남동발전의 성과관리가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50장 남짓 회의록에는 각 신사업에 대한 목표와 진행상황, 투자대비 성과, 그리고 각 신사업별 순위 등이 각종 수치로 정리되어 있었다. 각 부서별 사업성과가 매달 자동으로 집계돼 회의록으로 만들어졌다. 장 사장의 경영스타일은 단순명료했다. 성과로서 사업의 가능성과 역량을 판단하고 미달성 원인에 대해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파악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한다. 이 시스템은 다시 업무 성과의 판단 기준이 되는 순환구조를 갖추게 된다.

발전공기업 사장직 수행 5년째. 남동발전에 민간기업의 DNA를 심은 장 사장이지만 정작 본인은 공직자의 자세를 배웠다고 말한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전기요금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에는 단순히 민간기업 출신 공기업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중장기적인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문제를 지적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스타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장 사장은 전기요금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보다는 임기응변식으로 각종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기요금과 전력수급의 근원적 문제는 예측오류에 따른 공급력 저하가 원인입니다. 수요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원가에 기반을 두고 많이 쓰는 곳이 많은 요금을 내고 이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해 발전설비를 확충하면 간단히 풀릴 수 있습니다.” 간단한 명제를 어렵게 꼬아서 생각하려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발전회사 경영자로서의 견해도 덧붙였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이 국내 전력산업에 찾아온 최고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에너지 르네상스 시대에 모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해외사업 육성 정책에도 부실한 재무제표로 서류심사에서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정부 정책이 전기요금 현실화보다는 절전에 비중을 두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은 전통적으로 제조 산업으로 성장한 국가”라며 “제조 기반 수출주도형 국가가 절전을 위해 공장을 덜 돌리는 것은 전체적인 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석유·가스·광물·전력 등 에너지 관련 산업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 로드맵을 꾸릴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자원은 무한하고 점점 무기화되고 있습니다. 개별 공사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국들과 같이 원스톱 지원체제가 가능한 에너지·자원개발위원회를 구축해야 합니다.” 녹색성장 기조에 대해서도 추진력은 부족했지만 방향기조는 바람직했고 전자·조선과 같은 국가 핵심 산업과의 연관성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올해 중점목표를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로 잡았다. 지금까지는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정착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공헌과 동반성장, 양질의 전기 공급에 더욱 역량을 쏟아 공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여름 전력부족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기 공급 책무에 한 치의 게으름이 없도록 한다는 각오다.

“남동발전은 국민의 발전소를 대신 운영하는 회사로 휴전선을 지키는 병사들과 같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들도 전력위기를 넘기기 위해 애쓰는 전력인들의 노고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세요.” 에너지절약에 대한 그의 당부는 애절하게까지 느껴졌다.

소박스// 지난달부터 비상상황실 운영, 여름 전력공급 만전

남동발전은 819만㎾의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의 10.3%를 점유하는 양이다. 그만큼 최근의 전력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하계 피크기간 동안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설비 무고장 운전을 위한 `발전설비 안정운영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피크기간 발전소 고장 최소화를 위한 사전점검 강화 등 고장 예방대책을 마련했으며, 발전소별 책임 운영제를 시행해 운영실적을 경영평가와 연계하도록 했다. 이미 발전소별로 고열량탄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해 비상상황 발생 시 추가 전력공급도 가능하다.

지난달부터는 발전소별로 비상상황실을 가동했다. 24시간 비상대기조를 운영해 고장을 초기에 신속 복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고, 정비업체와도 비상 연락망 구축 등 협력방안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비상상황 발생 시 발전 및 제어를 위해 핵심부서장은 중앙제어실에 상주하고 있다.

인력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원과 정비원의 행동지침도 대폭 강화했다. 중요기기 조작 시에는 2인 1조로 움직이고, 복명복창을 통해 기본 수칙을 준수토록 했다. 교대 근무는 투입 전에 사전교육을 시행하고, 고장 유발 가능성이 있는 밸브는 조작주의 경고 메시지를 부착했다.

남동발전은 필요시 석탄화력발전소 최대출력으로 8만6000㎾를 증대하고 발전설비 보조기기 운전 최소화로 소내전력 1만9000㎾를 저감할 계획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영흥 7·8호기 건설과 분당복합화력 증설을 반영해 중장기 국가 전력공급력 확대에 기여할 방침이다.

소박스// 장도수 사장은

장도수 사장은 1950년 경상남도 함양 출생으로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삼성코닝 건설본부에 입사했다. 이후 2005년 삼성코닝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30년간 삼성맨으로 근무했다. 2008년 삼성코닝 고문을 지내다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남동발전의 경영상태는 1000억원이 넘는 적자상태였고 민간기업 출신 CEO가 적자 공기업에 대해 어떠한 해법을 내 놓을지 관심의 대상이었다. 공기업 최초로 소사장제를 도입해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을 본격화하며 불과 1년만인 2009년에 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사례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삼성 출신 공기업 사장으로 유명세를 탓지만 남동발전에 대해 공기업에 삼성의 옷을 입혔다는 시선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분명 삼성의 혁신방법이 동원됐지만 남동발전만의 새로운 경영혁신 모델을 구축했다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임직원들에게 성과와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나올 수 있는 불만을 수렴하기 위해 현장 토론문화를 정착하기도 했다. 정기적인 현장 간담회를 통해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때로는 농담으로 서로의 벽을 허물며 열린 경영을 실천한다.

지난달에는 브라질에서 열린 `리오(Rio)20` 글로벌 기업 정상회의인 `B4E`에서 국내기업으로 유일하게 기조발표를 했다. 저탄소 에너지믹스 달성을 주제로 한 이날 기조연설에서 장 사장은 협렵사와 함께 개발한 하수슬러지를 발전연료로 바꾸는 사업을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며 국내기업들이 녹색성장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세계에 알렸다.

공기업 사장 5년차를 보내고 있는 그는 경영자 마인드에 더해 특정 사안을 국가 차원으로 바라보는 넓은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과거에는 사업의 수익과 손실이 주 관심사였지만 지금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중장기적 영향, 방향성 등에 대해 논의를 한다. 최근에는 지역사회 공동 성장 프로그램, 우수 인재 채용, 우수 중소기업 육성 등 동반성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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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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