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간 우리 사회의 지배 담론이었던 방송통신 융합 모델이 ICT(정보통신기술)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ICT에 주목하는 이유는 방송과 통신 결합 개념을 뛰어넘는 미래 성장 가치 산업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구글이나 애플을 포함하는 인터넷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와 같은 정보 기업, 기타 통신 기업들이 서로 합종연횡과 무한경쟁 공간에서 기존의 산업에서 살펴볼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더구나 ICT 기업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영역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 무역 네트워크에서부터 SNS를 통해 연결된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거대 글로벌 시장 그 자체이다. 이들 글로벌 ICT 시장에서는 창의적 혁신 및 기술 능력,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된 사업자들이 지배적 사업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ICT 시장은 기존의 정보 및 콘텐츠 시장이 기술 발전, 혁신, 경쟁이라는 3박자가 합쳐져 구성된 신성장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에 참여하고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보와 콘텐츠 유통을 효율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술 발전에 기업 및 공적 투자가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기술 표준 제정이나 채택 등과 같은 공공적인 지원 역시 잘 준비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들 기술 토양에서 창조적인 애플리케이션이 꽃을 피울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보와 콘텐츠, 기술과 창조적 혁신이 서로 잘 연계되고 어울릴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ICT 산업이 국내외 수준에서 모두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와 정보가 안정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생산되어야 한다. 사회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유통 가치가 높은 콘텐츠와 정보들이 존재해야 이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유통 시장을 만들고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CT 생태계를 정착시킬 수 있는 동력이야말로 정보와 콘텐츠 산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신문, 방송 등의 미디어 콘텐츠, 영화와 연극, 공연 등을 포함하는 문화 콘텐츠, 학술 정보와 같은 비상업적 정보뿐만 아니라 기업, 상품, 서비스 정보 등을 포괄하는 상업적 콘텐츠 산업이 다양하게 발전될 필요가 있다. 정보와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내 ICT 생태계가 글로벌 ICT 시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류에서 그 생생한 사례들을 경험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서 살펴볼 수 없는 양질의 독창적인 콘텐츠 생산에서 ICT 생태계의 판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글로벌 사회는 정보와 콘텐츠가 가치를 창출하는 정보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굴뚝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 시장은 누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재구성하며 조합하는 가에 따라 지형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 변화의 주체가 바로 ICT 산업이며,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보 및 콘텐츠 산업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정보 및 콘텐츠 생산 및 유통과 관련된 시장의 활성화는 바로 창의적 비즈니스 문화 기반 마련 및 인재 양성에서부터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필요로 하는 ICT 시장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ICT 생태계의 얼개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ccblade2@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