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명분을, 애플은 실리를 챙겼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에서 애플을 상대로 낸 특허 침해 본안 소송에서 승리했다. 애플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본안 소송에서 처음으로 애플의 침해를 입증했다. 애플은 피해를 보상해야 하지만 줄기차게 주장해온 특허 소진론을 관철시켰다.
◇삼성, 본안 첫 승 명분 챙겨=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며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헤이그 법원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일부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3세대 이동통신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삼성은 줄기차게 주장해온 통신 특허 침해 주장을 인정받았다.
헤이그 법원은 삼성이 제기한 통신기술 관련 표준 특허 4건 중 1건에 침해를 인정했다. 특허 침해 판결을 받은 모델은 인텔-인피니언 베이스밴드 칩을 탑재한 아이폰3·3GS·4와 아이패드다. 최신 모델인 아이폰4S와 아이패드2 등에 사용된 기술은 기각됐다.
삼성 측은 “애플이 당사 무선통신기술 관련 특허 침해를 재확인해준 판결”이라며 “애플이 해당 제품 판매로 발생한 손해 배상 청구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타격은 제한적=삼성은 본안 소송에서 첫 승리를 거뒀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판결이 애플 아이폰3G와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세대와 2세대 등 옛 모델에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또 2010년 8월 4일 이후 네덜란드에서 판매된 모델이다. 피해 보상 규모도 크지 않다.
애플은 끈질기게 주장해 온 `특허소진론`을 관철시키며 실리를 챙겼다. 헤이그 법원은 인텔-인피니언 칩을 탑재한 제품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퀄컴 칩을 사용해 만든 최신 제품에 대한 내용은 기각했다. 애플은 “삼성은 퀄컴과 통신칩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애플은 퀄컴 칩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삼성 특허는 이미 소진됐다”고 주장해왔다.
◇협상 테이블 다시 열리나=네덜란드 판결로 손해 배상을 위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전망이다. 특허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네덜란드 손해 배상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협상 내용도 거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이 판결은 양쪽에 큰 승리도 타격도 주지 않으며 유효적절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피해 보상 협상을 시작하긴 하지만 애플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타결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삼성과 애플은 22일 독일 만하임에서 또 다른 판결이 있다. 7월에 미국 소송 결과도 나온다.
삼성 애플 주요 소송 현황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