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인물포커스] 인명진 G밸리 녹색산업도시추진위원장

“현재 G밸리에서 옛 구로공단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발, 봉제, 전자 분야 제조업체로 즐비했던 구로공단이 IT 중심 벤처집적단지로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근로자 삶의 질은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습니다. 여전히 근로자들은 교통, 주거, 문화 측면에서 소외돼 있고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거래관행도 별로 개선된 게 없어요. 오히려 소규모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불공정 거래 관행은 더욱 심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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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G밸리 녹색산업도시추진위원회 위원장(갈릴리 교회 목사)은 G밸리의 변화된 모습에 놀랐지만 20~30년 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교통, 주거, 문화, 복지 등 취약한 인프라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G밸리를 일할 맛 나는 녹색산업단지로 변화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50년 가까운 구로공단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70~1980년대 구로동맹파업에서 알 수 있듯이 G밸리는 노동운동 산실이었다. 노동자 분신 사건도 자주 발생했다. 인 위원장은 오랫동안 구로공단 근처에서 목회와 산업선교회 활동을 하면서 구로공단 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헌신했다. G밸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G밸리가 고단했던 구로공단 시절을 기억하면서 IT산업 전진기지뿐만 아니라 산업민주화의 표본으로도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서울시, 구로구, 금천구,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구로역사박물관 건립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구로공단은 한국경제발전과 경제민주화의 초석을 닦았던 곳”이라며 G밸리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얘기하려면 구로공단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 지원으로 과거 노동자 숙소였던 `벌집(쪽방)`을 매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벌집을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과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면 우리 역사를 아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재원만 허락된다면 과거 구로공단 시절 공장터를 매입하고 싶은 생각도 갖고 있다.

인 위원장은 G밸리가 한단계 더 도약하려면 민관공이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 거버넌스 체제의 개편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G밸리 현안인 교통, 주거, 문화 등 어느 것 하나 지방자치단체나 산단공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민관공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만 비로서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위원회가 유세를 부릴 생각은 없다. 마중물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G밸리 관리기관인 산단공도 시대적인 흐름을 잘 읽고 관료적 태도에서 벗어나 입주기관 또는 기업과 호흡을 같이 해야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래야만 입주기업도 산단공 존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이주노동자 문제에도 관심을 쏟아왔다. 그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갈릴리 교회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찾아와 정신적 위안을 얻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침 과거 구로공단 근로자 숙소였던 `벌집`이 지금은 이주노동자 차지가 됐다.

인 위원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들 환경이 나은 편”이라며 그렇지만 지금보다 이주노동자에게 더욱 신경을 쓸 때라고 말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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