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탕정 디스플레이 단지, 11분 정전으로 타격…전력 불안 커져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 단지 탕정 정전 사태로 전력공급체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 공급이 중단된 시간은 불과 11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나 복구에는 꼬박 만 하루가 걸릴 정도였다. 한전 정전 사고는 정전 시간이 30분 이상 길어지면 비상발전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전원 시스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4일 한전이 신탕정변전소에서 점검 작업을 하던 중 21시 5분부터 21시 16분까지 약 11분간 정전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탕정단지 주변의 송배전 선로가 노후돼 설비 교체를 진행하다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으로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소재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업장에 모두 전력 공급이 차단됐다. 정전이 일어나면서 3개사는 곧바로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가동했지만, 모든 장비에 전원이 공급된 것은 아니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24시간 안정적으로 고전압을 사용해야 하는 공정 특성상 비상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데이터 백업이 힘든 장비를 중심으로 비상 전원을 공급하고, 정전 시간이 길어질 경우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장비에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UPS조차 작동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30분이 넘어가면 비상발전 체계도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UPS 자체가 배터리로 가동하는 것이어서 한달에 한 번은 소방훈련하듯이 점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정전 후 문제가 발생했다면 몇몇 UPS 자체도 작동을 안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갑자기 전원이 끊길 경우 열처리·에칭 등 상당수 장비를 통해 작업 중이던 유리는 대부분 폐기해야 한다. 가스로 막을 씌우기 위해 700℃가 넘는 열처리를 하던 작업이 중단되면 가스가 파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에칭의 경우 화학 처리가 엉망이 된다.

정전 후 3사는 곧바로 복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12시간이 지난 15일 오전까지도 복구율은 삼성디스플레이 60%, SMD 95%에 머무를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3개사는 15일 밤 늦게야 완전 양산체제를 가동할 수 있었다. 피해 금액 산정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인 것으로 파악된다. 모니터나 TV용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는 7세대(1870×2200㎜)와 8세대(2200×2500㎜) 공장이 모두 탕정 사업장에 있다. 7세대와 8세대를 모두 합쳐 생산능력은 2011년 말 기준 월 71만장에 이른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주력 제품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패널을 탕정에서 생산한다. 규모 자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해 작지만 공정 자체가 복잡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박막트랜지스터(TFT) 공정 기준으로 LCD는 4~5회 정도 포토마스크 작업을 하지만 AM OLED는 7~9회 정도 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중소형 AM OLED 패널이 하루 평균 30만개가 생산된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유리 세정작업을 하는 가공 장비에 주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장비는 멈춰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

게다가 유리의 특성상 불량이 발생하면 다시 녹여서 사용할 수 있어 피해는 적었다. 삼성 측은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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