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무선랜(WLAN)과 무선침입차단시스템(WIPS) 구축에 잇따라 나섰다. 그간 보안 문제로 무선 네트워크 자체를 거부해온 금융권에 보험사를 시작으로 모바일 개인기기로 업무를 보는 이른바 `BYOD(Bring Your Own Device)` 환경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이 이달 들어 전국 소형 영업소까지 커버하는 WLAN·WIPS 구축 사업에 들어갔다. 기존 방식과 달리 무선 접속과 차단을 동시에 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액세스포인트(AP)만 3000여개 투입되는 대형 네트워크 사업이다. 시스코 등 대형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펼친 끝에 아루바네트웍스가 사업을 수주했다.
금융권에서 본사를 넘어 전국 사업장까지 WLAN·WIPS를 구축한 것은 처음이다. 시중 은행 대부분은 WLAN 자체를 도입하지 않고 본점 등 주요 지점에 WIPS를 이용해 비인가 AP와 접속을 잡아내는 정책을 고수한다.
대한생명에 이어 교보생명, 삼성생명, 메리츠화재, ING 등 다른 보험사도 하반기 WLAN·WIPS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연이은 보안사고와 침입방지시스템을 갖추도록 한 정부 지침이 기폭제가 됐다.
금융권에서 유독 보험업에 WLAN·WIPS 구축이 몰리는 까닭은 특수한 영업 형태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보험설계사(FC)가 대고객 영업에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무선 네트워크 사용이 요구되지만 금융업무 특성상 비인가 접속에 대한 강력한 차단 시스템도 필요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 등에서는 아예 무선랜 전체를 차단하는 정책을 펼쳐왔다”며 “하지만 보험업계는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한 영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선랜 구축과 차단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WLAN·WIPS 구축 흐름이 계기가 돼 금융권에 직원이 개인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소위 `BYOD`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비인가 접속에 대한 무조건 차단을 넘어 개인정보를 기준으로 접근 레벨을 차등 결정하는 지능형 시스템의 수요가 증가 할 것이란 분석이다.
WLAN·WIPS를 공급하는 한 업체 임원은 “비교적 모바일에 관대한 보험,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창(WLAN)과 방패(WIPS)를 동시에 채택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며 “향후 금융권에도 개인기기에 대한 지능형 접속관리를 지원하는 BYOD 인가 시스템 수요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업계 WLAN·WIPS 구축 계획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