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4.0 시대를 연다]기계 산업 고부가가치 전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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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1970~1980년대 공업화 시대에 적합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기계 산업은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수출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지식과 기술이 기계 산업에 적용되고 IT 융·복합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변화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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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로 기계 산업은 일반기계·전기기계·정밀기계·수송기계·조립금속 5대 업종을 지칭하지만, 보통 5대 기계업종 중 일반기계를 의미한다.

기계산업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많아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기업들도 원천기술 투자보다는 해외 기술 도입에 더 관심이 많다. 다른 제조업에 비해 수직계열화도 약해 유기적인 협력이 취약한 편이다. 기계 시장에서 브랜드는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나타내는 신뢰의 척도다. 우리나라 기계 브랜드가 취약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공업화가 시작된 1970년대 기계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가 마련하고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1980년대에는 기계 산업 자립 기반이 어느 정도 확보돼 국산화율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수출 육성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계 산업도 수출 비중이 확대됐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세계 기계시장에서 우리나라는 10위권 이내에 자리잡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계 생산총액은 103조원이며, 수출은 458억달러를 달성했다. 세계 9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자동차·IT 등 주력 산업 성장과 조립·가공 기술 발달로 2001년 이후 우리나라 기계 산업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7.6%를 기록했다. 그러나 저가를 앞세운 중국과 기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앞날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계 산업은 제조 산업에 집중돼 있어 고부가가치 구현이 어렵다.

최남호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과장은 “국내 기계 산업 중 제조 부문은 79%이지만, 유통·임대·수리·시험검사 등 서비스 부문은 21%에 불과하다”면서 “선진국들은 기계 서비스 부문을 육성해 고부가가치를 달성했지만 국내 기계 서비스 제조업체들은 영세한 규모여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계산업 서비스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인프라 부족이다. 다양한 제품의 비교구매, AS 및 유지보수가 가능한 기계설비 시장이 없어 해외 바이어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어렵다. 매매물건 정보·중고기계 시장가격·소유권 등 등록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기계산업을 서비스 중심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독일·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기계 산업에서 서비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 수준이다. 기계산업을 고부가가치화 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기계 산업 내 서비스 비중이 21%에 불과하다. 정부는 기계 산업구조를 전면 개편해 2020년까지 세계 5위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지식경제부는 내년부터 기계 관련 성능검사·수리(AS)·부품소재 공급, 중고 기계 유통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기계 산업 서비스화 지원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기계 산업 인프라 조성 △중고 기계 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 △기계 금융 활성화 지원체계 확립 △중소 기계업체 대상 서비스망 확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고 기계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성능검사 기준을 마련하고, 거래 목적에 따라 적정 수준의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중고 기계 품질보장 공제상품을 개발해 생산·소유권 변동·담보권·수리내역·폐기 등 사용 전 주기 이력관리시스템도 구축한다.

기계 성능 및 품질을 감안한 담보거래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기계설비 담보지원 전문 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매매장터 내에 수리센터를 만들어 수리·유지보수·AS 인력 교육 등도 추진한다. 수출 유망 국가에 기업 공동 AS망을 마련하고 마케팅을 지원해 기계류 수출거점센터 구축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국내 중고 기계를 동남아 등으로 수출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한국산 중고 기계에 익숙해진다면 추가로 구매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 민간 주도로 4113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시흥시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에 20만㎡ 규모의 `기계설비 토털 서비스 콤플렉스`를 조성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시화MTV 개발계획 변경을 승인해 용지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콤플렉스에 기업 유휴설비와 금융권의 담보물건 등을 신속·공정하게 매각하는 매매장터도 구축된다.

정부는 기계산업 서비스화 지원사업으로 2조2500억원 생산유발 효과, 7700억원 규모 부가가치 창출, 1만2700개 신규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기계 산업 육성 지원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지원돼 핵심 역역에 집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국내 기계 산업 서비스화 지원 사업도 과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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