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정명천 대원CTS 대표

유통업은 전형적인 박리다매 구조다. 대량으로 싼 가격에 상품을 사서 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다. 상품보다는 가격 자체가 경쟁력이다. 당연히 부가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매출 규모는 크지만 정작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쥐꼬리` 수준이다. 게다가 자칫 상품을 잘못 고르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상품에 따라 기업 운명도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이 때문에 한 해에도 수없이 많은 유통기업이 설립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신제품 주기가 빠른 IT시장은 더욱 부침이 심하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게 유통 비즈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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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CTS는 험난한 IT유통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올해로 설립 24주년을 맞으며 IT 간판주자로 우뚝 올라섰다. IT하면 컴퓨터로 통하는 초기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까지 망라하는 지금까지 유통 한 우물만 고집했다. 산업계에서는 IT유통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정명천 대원CTS 대표(53)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시장이 천지개벽했다”며 “컴퓨터가 보급될 당시 수많은 유통기업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원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설명이다.

“한때는 제품만 있으면 파는 건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소비자에게 통할 제품 찾기도 힘들지만 온라인부터 오프라인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이 생겨났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 여건이 힘들어졌습니다.” 한 마디로 IT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갈수록 유통 비즈니스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원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 잡은 비결로 신뢰와 상생을 꼽았다. “유통의 기본은 믿음입니다. 믿음은 결국 사람입니다. 작은 이익을 버리고 사람을 남기는 게 결국 지금의 대원을 만든 발판입니다. 20년 동안 협력업체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인드로 꾸준하게 믿음을 쌓아온 덕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신뢰만으로는 힘들어졌다. 대원은 2000년대 중반 가파르게 성장하며 매출 5000억원을 달성했다. 그게 정점이었다. 이후 수년 동안 4000억원대 언저리에서 정체했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매출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면서 절박함도 커졌다. 정 대표가 `미래` 대원을 위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변화였다. “시장과 고객을 탓해서는 해법이 나올 수 없습니다. 성장은 둘째치고 생존을 위해서 임직원 자세부터 비즈니스 모델 모두 기본에서 다시 봐야 합니다.”

변화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일 먼저 얼굴을 바꿨다. 하드웨어 중심의 대원컴퓨터에서 종합 서비스기업을 뜻하는 `대원CTS`로 이름을 교체했다. 총판 중심의 하드웨어 유통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서비스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이미지만 바꾼 게 아니라 사업 모델도 새로 정의했다. 다소 관심 밖이었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쪽으로 눈을 돌렸다. 부족한 마케팅 역량을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도 크게 손질했다. 지난해에도 영업본부제를 도입하고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변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새로 영입한 정영학 부사장은 한국HP·시스코코리아에 이어 한국렉스마크 대표를 거친 전형적인 IT영업통이다.

정 대표는 “대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해야 한다”며 “정 부사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사장 영입과 함께 서울 여의도에 커머셜본부를 두고 헬스케어와 같은 신규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내부 긴장감을 위해 회사 역할과 비전을 새로 정립하는 가치정립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20년을 위해서는 모두가 변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6개월에 걸친 토론과 의견 수집 과정을 거쳐 2018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비전도 수립했다. 이는 올해 매출과 비교해도 `더블 성장`해야 가능한 원대한 목표다.

“IT 흐름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입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IT에서 IT를 제외한 다른 분야(Non IT), 커머스에서 커머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대원의 미래도 큰 흐름에서 비켜갈 수 없습니다.” 정 대표는 “기술과 신제품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통도 시장 대응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유통이라는 대원의 내재 가치는 변하지 않겠지만 다양한 사업 모델을 접목해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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