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체국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은 크게 줄었지만, 납치를 빙자해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성내동 우체국에는 노부부가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부인이 직원에게 다가와 250만원을 찾겠다고 하고는 뭔가 말하려 했다. 남편은 “말하지 말라”며 부인에게 화를 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든 채 우체국 밖에 서서 부인에게 빨리 돈을 찾아오라고 재촉했다. 순간 전화금융사기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직원은 자초지종을 얘기해보라고 부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는 전화를 받았고 뒤쪽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아들 목소리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우체국 직원은 사무실 전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권했고, 아들과 전화 연결이 돼 마침내 납치가 사기임이 드러났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남편은 “전화 속 목소리가 꼭 아들 목소리 같았다”라며 사기범이 “누구에게 얘기하거나 전화를 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자녀납치를 빙자한 사기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이런 전화는 긴박한 상황을 만들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만큼 가족 간에 수시로 소재를 확인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11일 300만원 이상 이체된 통장에서는 이체 후 10분 동안 ATM기기에서 돈을 찾을 수 없게 하는 `지연인출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체국을 비롯해 은행,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일부 증권사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을 취급하는 기관 모두에 적용된다. 올 들어 4월까지 보이스 피싱 건수는 2,000건이 넘고, 피해규모는 27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소중한 재산을 노리는 보이스 피싱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