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와 동남아시아 등 해외 국가들이 한국형 과학기술단지(STP:Science and Technology Park) 벤치마킹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단지 조성 노하우 수출에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12일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이사장 이재구·이하 특구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9개 국가에서 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우리 정부를 통해 한국형 STP 모델 전수를 요청했다.
에콰도르, 알제리, 카자흐스탄, 카타르, 브라질, 튀니지, 에티오피아, 우간다, 몽골 9개 국가는 자국에서 추진 중인 사이언스파크 조성을 위해 한국의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받기를 적극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콰도르에 첫 수출=이번에 벤치마킹 의사를 보여 온 국가 중 가장 먼저 한국형 STP 모델을 전수받게 된 국가는 에콰도르다. 지난 4월 특구지원본부와 한국형 STP 모델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만 35만달러(약 4억원)에 달한다. 특구지원본부는 이 사업을 위해 연말까지 KAIST, 충남대학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진과 협력해 에콰도르 야차이 신도시에 대학 중심 STP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하게 된다.
알제리와 카타르, 브라질 3개국은 STP 조성 및 네트워크 구축 협력 및 지원을 요청해왔다. 튀니지와 몽골 역시 자국에 STP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에 협조를 요청해왔으며, 현재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이들 국가에 제안서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성장 기틀 `성공모델`로 인식=개도국들이 한국형 STP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국이 추진하려는 혁신단지 조성에 적합한 성공적인 롤 모델이라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벤치마킹 의사를 보인 국가들은 대다수 원자재가 풍부해 높은 경제 성장률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호황을 이용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성장 동력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차원에서 STP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STP는 전 세계에 국가마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선진국의 STP는 자본과 혁신 시스템, 제도 등 제반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모델은 개도국들이 벤치마킹하기에 현실성이 떨어지고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 STP는 사정이 다르다. 과거 개도국이었던 한국은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과학단지를 조성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나온 성과물을 기업과 연계해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최근에는 대덕과 광주, 대구를 연계한 혁신 클러스터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개도국들은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자국과 비슷한 경제 발전 과정을 거친 한국이 어떻게 혁신단지를 조성해 성공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특구본부의 개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STP 전수 교육도 한몫했다.
특구본부는 대덕특구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 인프라 우수성과 STP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참가생 직급별·수준별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컨설팅단을 파견해 현지 맞춤형 전수가 이뤄지도록 했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을 전수받은 개도국만 49개국에 달한다. 교육생 중 일부는 최근 해당 국가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해 한국형 STP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구본부는 또 개도국이 희망할 경우 대덕특구 내 연구소 및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선별 지원하기로= 개도국들의 전수 요청이 쏟아지고 있으나 특구본부는 모든 요청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국익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선별해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은 현재 진행 중인 에콰도르 사업을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추가로 콜롬비아 등 2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구 이사장은 “STP 조성 노하우가 해외에 전수되면 단지 조성에 필요한 건설, 제품 등 다른 분야로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STP 조성 노하우 전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과학기술단지 해외 전수 추진 현황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