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기고 /임주환 고려대 교수 `ICT 전담부처는 국가 생존전략`

최근 차기 정부의 조직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사이 학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개진되었으나, 최근에는 일부 정부부처가 자기 부처의 업무영역을 놓치지 않거나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과열되는 느낌이 들자 급기야 정부 조직 개편방향에 대해 자제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조직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정부부처가 스스로 주장하는 것은 부처 이기주의에 흐를 가능성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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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쟁점은 무엇인가. ICT 관련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독임제 전담 부처를 두느냐 아니면 현재와 같이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분산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선택의 문제이다. 주지하듯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ICT 전담 부처였던 정통부 기능을 넷으로 나누어 분산 배치하였다. 우리나라의 IT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IT는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더 이상 전담 부처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 그때 당시의 판단이었다.

그럼 4년 세월이 흐른 현 상황은 어떤가. 외국 평가기관의 IT 관련 지표가 나빠진 것이 별로 없고, IT 분야 생산 수출도 계속 증가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분산된 체제가 좋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내용을 좀 자세히 살펴보면 상태가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9년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경기의 부침은 있었으나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IT수출 비중은 35~40%를 유지하였다. 지난 4년간 절대적인 수치상으로는 IT수출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나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율에서는 2008년 30%수준으로 하락했고 지난해는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을 주도하는 극히 일부 대기업은 괜찮은 편이나 중소기업은 더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상적인 ICT 생태계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가 심혈을 기울여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도 6년이 흐른 현재까지 계속 표류하고 있다. 와이브로 기술에 기대를 걸었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TV의 출현에 대한 대비도 허둥대고 있다. 해결할 중심 주체가 없는 것이다.

요즘 세계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경제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과 처방을 내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인류 역사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인류는 석탄과 석유를 바탕으로 발전된 산업화의 열매를 따먹었다. 이제 그 수명이 다 되고 지식정보화의 창조형 사회로 이행되는 과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제 산업화의 과거 패러다임에서 모든 것을 벗어 던져버리고 새로운 지식 창조형 사회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산업화의 특징인 대량생산,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체제, 이를 떠받치고 있는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 하향식 국민과의 소통 방식 등등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SNS, 인터넷 등 ICT 기술의 발달은 인류 사회의 틀을 바꾸고 있다. 현재 초미의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도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혁신시켜야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ICT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를 전담해 주도할 정부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며, 과거의 정통부 보다 확장된 형태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ICT는 국가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임주환 고려대 교수 cyim1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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