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창업은 성적순이 아니다

#지난달 론칭한 `굿닥`은 모바일 병원정보 검색 및 예약 서비스다. 환자는 자기에게 맞는 병원이나 의사정보를 쉽게 찾고 예약까지 할 수 있다. 환자 증상에 맞는 전문의가 누구인지, 집 근처 병원 중 평판이 좋은 곳은 어디인지 등 `사람 냄새 나는` 의료정보를 제공한다. 마케팅에 큰 비용을 들이기 어려운 중소 병원도 쉽게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굿닥을 창업한 임진석 대표는 패스트트랙아시아 최고경영자(CEO) 오디션 1호 출신이다. 패스트트랙은 창업자에게 기술과 경영 지원, 투자와 멘토링을 제공하는 벤처 인큐베이터다. 최근 오디션 형식의 선발 과정을 거쳐 임 대표를 1호 예비 CEO로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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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오픈을 준비하는 `보노사운드(bonosound)`는 가상 음악도시를 짓고 자신이 원하는 유튜브 링크를 불러와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준다. 친구 도시를 방문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상대가 지은 건물을 복사해 자기 도시에 심는 소셜 기능도 제공한다. 무료 서비스지만 더 빠르고 멋진 도시를 만들기 위해 유료 캐시를 구입하는 수익 모델도 갖췄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기반으로 설계해 글로벌 서비스도 가능하다. 보노사운드를 기획한 이인영 대표는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 졸업생이다. 포스코 신사업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아산나눔재단 창업경진대회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창업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저기 서바이벌식 창업경진대회와 CEO 오디션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과거 `맨땅에 헤딩하듯` 벤처기업을 창업하던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젊은이들끼리 서로 뜻만 맞으면 바로 스타트업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경진대회에 참가한 창업자가 아이디어(사업계획)를 내면 유능한 기술자와 투자자(엔젤)들이 자연스레 몰려든다. 더 이상 창업하는 데 많은 인력과 뭉칫돈이 필요치 않다. 젊은 창업자는 경진대회 우승으로 사업 종잣돈을 마련하고 성공 자신감도 얻는다. 창업과 투자가 맞물린 스타트업 메커니즘에 따라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경진대회는 청년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창업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는 교육과 컨설팅도 제공받는다. 카페에서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든 비즈니스 모델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심지어 애완견에게 배변 훈련을 시키는 일이 힘들다는 점도 훌륭한 사업 아이템이 된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최근 대상을 받은 `퍼피트레이너`는 애완견이 실례를 하면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변을 치우는 장치다. 택시를 잡을 때마다 불편했던 경험도 사업 아이디어로 변신했다. 콜택시를 부르면 위성항법장치(GPS)로 고객 위치를 확인하고 달려오는 `택시 N` 서비스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뜨고 진다. 스타트업 성공 확률은 고작 1% 남짓이다. 경진대회에서 거창한 사업계획으로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기업도 90% 이상 문을 닫는다. 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에 내놓은 제품과 서비스가 나쁘기 때문이다. 경진대회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승자나 탈락자나 성공과 실패 확률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홍보`와 `투자`에 너무 일찍 눈을 뜨면 더 빨리 망한다. 스타트업의 기본은 창조적인 제품과 서비스다. 창업자가 이런 `핵심`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면 사업은 실패한다. 누구도 거부할 수 있는 시장의 진리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창업 성공도 결코 대회 성적순이 아니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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