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자금줄 다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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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한국), 0.17%(미국), 0.45%(이스라엘).`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올리는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규모다. 우리나라도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2009년 GDP 1065조원에 벤처투자 8671억원으로 0.08%에서 2010년 0.09%(1173조원, 1조910억원)로, 지난해는 1237조원에 1조2608억원으로 0.1%까지 상승했다. 얼핏 보면 벤처투자시장이 충분히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국과 비교하면 태부족한 게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엔젤(개인투자자)투자 시장이 없다시피 하다. 미국 엔젤시장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대략 벤처투자 시장에 육박하는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은 미국의 절반이지만 엔젤시장을 포함하면 미국이 서너 배 더 크다는 게 정설이다.

벤처투자 시장 확대 필요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이 활기를 띠는데 이들이 금융권으로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과거 벤처 버블 역효과가 가장 컸던 요인으로 금융권 자금 이용을 꼽는다. 본인과 가족을 연대보증 세우며 금융권 자금을 썼고 이 과정에서 회사가 부도나면 그대로 신용불량자 멍에를 쓴다. 대부분 외부 투자 자금을 이용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되는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 파장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상당수 청년이 창업보다는 국가고시·공기관·대기업을 찾았다. 당당히 내 아이디어를 실현해 사업가의 꿈을 꾸기보다는 한 번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다. 연대보증제도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개인사업자에게는 그대로 적용되는 게 현실이다.

이를 막기 위한 최선책은 금융보다는 민간 투자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투자는 경영 멘토를 하나 더 얻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우리 벤처캐피털업체가 미국 벤처캐피털 수준으로 멘토 역할을 하는지에는 다소 의문이 있지만 최근에는 바이어 물색 및 해외 인수합병(M&A) 업체를 찾아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늘어나는 스타트업 창업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소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모태펀드 등을 통한 정부 관심은 절실하다. 상당수 신생 스타트업이 스마트폰 기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여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미국 성공 벤처기업처럼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 벤처캐피털이 조성하는 벤처펀드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벤처투자 시장은 정부 의존도가 매우 높다. 과거 벤처 버블 여파로 민간의 벤처투자 시장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 여전히 벤처투자는 `돈이 안 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벤처캐피털 시각에서 자금회수(Exit) 시장이 마땅치 않다. 미국처럼 M&A시장이 크게 열리지도 않고 있고, 유일한 대안인 코스닥시장도 기대만큼 가치를 평가받지 못해서다. 과거 투자 성공 기준 수익률이 높게는 10배까지 봤다면, 최근에는 3~4배 수준으로 보는 이유다.

모태펀드가 그 역할을 더 해야 하는 이유다. 모태펀드 출자펀드의 활용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책 목적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민간 자금 유치 한계로 이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태펀드 출자로 결성되는 펀드의 낮은 수익성을 지적하며 “자체적으로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은 모태펀드 자금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벤처 투자 생태계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재원(모태펀드)을 쓰면 수익률이 낮고 다시 민간에서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다시 정부에 목을 매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모태펀드 재원 확대와 함께 민간에서 리스크(위험)에 투자하는 데 따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은 최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창업자를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지만 창업자의 리스크(위험)에는 어느 정도 책임질 필요가 있다”면서 그 예로 `벤처캐피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들며 “일정 부분 리스크를 분담하면 창업에 뛰어드는 개인이 늘고 투자에 나서는 곳도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표】모태펀드 재원조성 현황

※자료:한국벤처투자(2012년은 4월말 현재)

벤처 자금줄 다변화 시급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