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4.0 시대를 연다]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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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신화에서는 포악한 괴물의 모습이나 영웅을 조력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로봇은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아톰이나 터미네이터는 과학의 영역에 접어든 로봇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아직 로봇은 우리의 삶과는 먼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도 대부분 로봇으로 제조되고 로봇 청소기도 여러 가정에서 쓰이고 있다. 인간과 대화하고 감정까지 느낄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은 것처럼 보인다.

로봇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로봇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다면 자동차·휴대폰·TV 등 웬만한 산업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지능형 로봇 개발에 돌입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지능형 로봇은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로봇을 의미한다”면서 “교육·의료·실버·국방·건설·해양 등 여러 분야에서 로봇이 활용되면서 다양한 서비스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로봇은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수단으로만 여겨졌지만, 지식기반 사회로 진화하면서 인간과 공존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래학자 및 기업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단일품목으로 수천억달러 경제 규모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봇은 시간 및 진화 주기를 기준으로 총 3단계로 구분된다. 단순 반복 작업에 사용되는 자동화 로봇이 제1 세대였다. 청소로봇과 장난감 로봇, 군사용 및 R&D 로봇으로 구성된 지금이 제2 세대 단계다. 3세대에는 영화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은 대학 및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제3 세대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고령화 사회 도래·참살이 추구 트렌드 덕분에 로봇 수요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0년 세계 로봇시장은 전년 대비 70.2% 성장한 94억달러를 기록했다. 제조업 로봇이 57억달러, 서비스용 로봇이 3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박홍성 강원대 로봇학부 교수는 “아직은 제조업 로봇 시장 규모가 크지만, 국방·의료 등을 중심으로 응용 분야가 확산되고 있어 곧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제조업 로봇 시장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지능화·감성화·개인화·모바일 등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로봇 서비스를 창출하는 게 로봇 기업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2010년 우리나라 로봇 시장 규모는 1조7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조원 규모를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로봇 관련 기업은 총 334개로 추산된다.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이 35개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은 영세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로봇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굉장히 높다. 로봇 활용도가 높은 주력 산업을 보유하고 있고, IT 인프라도 잘 구축된 덕분이다.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빠른 국민성도 로봇 산업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지능형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한다면 세계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도 있다.

정부는 로봇법 제정 등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격적인 정책으로 로봇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만들었고, 지식경제부 내에 로봇산업과를 설치했다. 지역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구축, 전문 인력 양성 및 국제표준화 역량 강화 등에도 범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첨단제조 △에듀테인먼트 △의료 △사회안전 △ 라이프케어 5대 로봇 브랜드를 선정해 전략적 투자와 육성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국내 로봇 시장을 4조원 규모로 키우고, 수출 1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약 1조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단순히 연구개발(R&D) 지원에 그치지 않고,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 가능한지 검증하고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환경부·국방부·보건복지부·소방방재청·농업진흥청 7개 부처가 힘을 합쳐 로봇 융합 시장 선점을 위한 범부처 로봇 시범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범부처 로봇 시범사업에 310억원이 집행됐고, 올해는 200억원 이상 투입된다.

강감찬 지경부 로봇산업과장은 “로봇시장 창출과 수출 활성화를 위해 부처 주도형과 아이디어 발굴형 투 트랙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