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대선정국은 일찌감치 가열됐다. 최근에는 유력한 대권 후보로 손꼽히는 정치 신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달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내심 `큰 결심`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겼지만 오히려 신중한 평소 스타일을 유지했다는 호평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안철수 교수의 인기는 웬만한 스타급 연예인과 견줄만한 수준이다. 앞으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문 정치면 상단을 장식하게 될 모양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으레 후보들의 인생 역정을 담은 자서전이 등장한다. 출사의 변 형태지만 주로 후원 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 내용도 천편일률적이다. 용이 승천하는 태몽으로 시작해 어릴 때부터 리더십을 보여 `떡잎`임을 증명해낸다. 배고픈 학창시절에도 1등을 놓치지 않았으며, 군대에서 혁혁한 무공을 세운다. 이어 소외받은 국민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신화`와 같은 인물이 그려진다.
아니나 다를까 안 교수에 대한 히스토리북도 나왔다. 대권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출간 시기는 앞선 후보들과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속 내용은 완전히 딴판이다. 일단 `신화` 따위는 없다. 글쓴이도 생경하다.
대권주자 개인역사서는 대체로 전문작가들이 대필하는 게 관례다. 이 책은 `글` 전문가가 아닌 `커뮤니케이션(홍보)` 전문가가 썼다. 저자는 안철수 교수가 아닌 사장 시절에 10년 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안랩(안철수연구소)의 커뮤니케이션 팀장을 지낸 그는 안 사장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 책은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안 사장에 대한 생생한 실화들이다.
여러 상황을 맞이해 `인간 안철수`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세세하게 묘사됐다. 무엇보다 색다른 건 인간 안철수가 보인 행동이나 태도, 말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안 교수를 둘러싼 이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투영된 안철수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안 교수에 대한 일방적 예찬론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모습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끝내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좀 실망스럽다. 안 교수의 실수나 흠집이라고 찾아낸 것이 고작 `술 먹고 빨간 신호등에 길을 건넜다`는 정도니 말이다. 그것도 단 한번. 그마저도 엄청나게 후회와 반성을 하더니 그 이후로는 술도 자제하더라고 기술했다.
이 책은 뒷담화와 같은 `고소한` 맛은 없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전개된 탓에 책장을 넘기는 재미는 쏠쏠하다. 후미에 몰려있는 야인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나 강호동·김제동 등 유명 연예인과 얽힌 사연들은 뒷맛을 개운케 한다. 여태껏 알고 있던 안철수를 꼼꼼하게 재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박근우 지음. 리더스북 펴냄. 1만4000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