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서비스 에버노트를 이끄는 필 리빈 CEO를 인사동의 고즈넉한 찻집에서 만났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술, 창업에 대해 대화하던 중 주문한 수정과와 오미자차가 들어왔다. 리빈 CEO는 `그레이트(Great)!`를 연발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더니 바로 `에버노트 푸드`에 올렸다.
에버노트 푸드는 식당과 음식을 매개로 사람과의 관계를 기억하고 분류하는 서비스다. 방문한 식당, 맛있는 음식 사진과 레시피를 올리며 함께 한 사람과의 추억과 분위기를 기록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라`는 모토로 세계 3000만명 사용자를 모은 클라우드 노트 서비스 에버노트의 자매 앱이다.
사진을 올리는 리빈 CEO의 얼굴에 즐거운 표정이 스쳤다. `자기가 쓰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라`는 그의 지론이 빈말이 아님이 전해졌다. 그는 “시장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진정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리빈 CEO는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누구나 좋은 제품만 있다면 이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우선 제품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에버노트 역시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다. 리빈 CEO는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정보보호업체를 창업해 매각한 바 있다. 그는 “기업 대상 소프트웨어를 만들다 보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원한 것은 일상의 삶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조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이다. 사람을 더 `똑똑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세 번째 창업한 회사가 에버노트다.
에버노트는 스마트폰·PC·웹 등 어디서나 메모를 적고, 파일을 올리고 사진과 음성 메모를 남길 수 있도록 돕는다. 올린 자료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다. `제2의 두뇌`를 표방한 에버노트는 스마트폰 `머스트 해브` 앱으로 자리 잡았다. 무려 7000만달러 투자금이 에버노트에 몰렸다.
에버노트는 최근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개발자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 자세를 보인다. 리빈 CEO는 “한국 개발자는 마치 실리콘밸리 사람들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며 “요즘 같은 기업가 정신 르네상스 시기에 한국은 최고 수준 혁신 센터”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