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 시장에는 진입하지 않기로 했다. 방대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는 낮은 반면 안전성 위험 부담이 큰 탓이다. 자동차가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한 가운데 전장 반도체 시장은 보쉬·프리스케일 등 선발 업체들이 당분간 지배할 전망이다.
인텔코리아 고위 관계자는 28일 “현재로선 자동차 ECU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없으며 향후 수년 내에도 사업 방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CU는 자동차 엔진이나 자동변속기 등의 상태를 제어하는 장치다. 점화시기, 연료 분사, 공회전, 한계값 설정 등 엔진의 핵심 기능을 정밀하게 관리한다.
인텔은 그동안 임베디드프로세서유닛(EPU)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기술 협력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가장 시장인 ECU에는 결국 선을 그었다. 안전성 부담이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ECU의 경우 개당 1달러도 안되는 제품이 많은데 안전성에 결함이 생겨 한 번 리콜 당하면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인텔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할 생각이며 지금으로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지 수년밖에 안됐다”면서 “향후 장기간에 걸쳐 노하우가 쌓이면 (ECU 시장 진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맥킨지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는 2015년 4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맘때면 시장 규모만 2000억 달러(약 2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현대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인텔·AMD 등 외국계 반도체 설계 기업도 자동차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얼마전 현대차그룹은 ECU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현대오트론을 설립한 바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