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2.0을 말한다]<1>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스마트2.0의 중심은 `사람`

2009년 말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후 `스마트`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국내 기업은 초반 주도권을 내줬지만 예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스마트 대전 2라운드에 접어든 지금부터다. 스마트기기 시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힘든 격전장이 됐다. 통신 산업은 3세대(G)를 지나 4G 롱텀에벌루션(LTE)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됐다. 이미 스마트의 가치를 경험한 소비자는 웬만한 기기와 서비스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다. 절대강자만이 살아남을 `스마트2.0` 시대. 패권을 노리는 ICT 리더들의 스마트비전 2.0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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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영국 런던 얼스코트. 세계 각국 모바일업계 관계자와 취재진 2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IM 담당 겸 무선사업부장)이 등장했다. 신 사장은 `이것이 새로운 갤럭시S`라며 `갤럭시S3`를 소개했다. 갤럭시S·S2로 애플·노키아 추격과 추월에 성공한 삼성전자가 당당히 `스마트2.0` 시대 개막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2000여 참석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얼스코트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5월 중순 신 사장은 평상심을 잃어선 안 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신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휴대폰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안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잠시라도 한 눈 팔면 시장 트렌드에 뒤쳐져 곧바로 경쟁에서 도태한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동통신산업은 시장 변화와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산업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고객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고객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사랑받는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일이다. 2차 스마트 대전을 맞이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장이 마련한 스마트2.0 시대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신 사장은 `사람`에서 답을 찾았다. 우문현답이다.

신 사장은 “직관적이고 심플한 사용자경험(UX)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앞으로 스마트폰은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반응하는 `사람 중심 디바이스`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식 출시 이전에 사전 주문만으로 `텐밀리언셀러` 자리를 예약한 갤럭시S3 모습 그 자체다.

스마트2.0 시대에는 기업 경쟁력 기반도 바뀐다고 신 사장은 진단했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된 후 핵심 경쟁력은 기능·성능 같은 하드웨어에서 서비스·콘텐츠·운용체계(OS)·UX·아날로그감성 등 소프트 역량으로 확대됐습니다. 결국 기업의 소프트 역량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소프트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도 결국은 `사람`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신 사장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고객 요구와 사용패턴을 분석해 제품에 반영하고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가 무엇인지 찾는 작업이다. 그는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공략은 신 사장에겐 중요한 과제다. 애플, 노키아는 물론이고 ZTE, 화웨이 등 중국 업체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는 “중국은 2012년 시장 규모가 2억7000만여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스마트폰과 피처폰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한편 중국 3대 이통사와 긴밀히 협력해 공략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직 주력 OS로 자리 잡지 못한 `바다`에도 힘을 실을 방침이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멀티 OS 전략으로 다양한 시장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며 “바다 OS도 에코시스템, 사용성 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기술적 발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난제로 꼽히는 애플 특허분쟁 향배는 미지수다. 신 사장은 전자신문 인터뷰 이후 20일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 애플과 특허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협상 결과에 대해 함구했다. 신 사장이 특허분쟁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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