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가 지난해 6월 IDC에 의뢰해 발표한 `디지털 유니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한해 생성 및 복제된 디지털 정보량이 약 1.8제타바이트(ZB)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디지털 정보량은 매 2년마다 2배씩 증가해 2020년에는 현재의 50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데이터 빅뱅` 시대는 기업 데이터 관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데이터 관리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각종 바이러스나 하드웨어 고장 및 소프트웨어 장애, 관리자의 실수, 자연재해 등의 요인에 매우 취약하다. 유실될 우려도 매우 높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들이 데이터 관리와 관련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비즈니스 연속성과 매출 증대를 위한 정보 관리와 보호다. 기업 정보시스템이 어떠한 원인으로 작동을 멈출 경우, 서비스 중단으로 고객 불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 생존까지 위협하는 원인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재해복구계획 수립 필요성 못느껴=비즈니스 연속성 체계는 백업과 같은 단순 복구 수단 도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 서비스의 지속성 보장, 핵심 업무 기능을 지속하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 발생할지 모를 예측 불가능한 위기상황에 대비해 비즈니스 연속성 보장을 위한 재해복구(DR)시스템 구축에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위기발생 후 직면하게 될 충격과 파급효과, 수습비용까지 고려한다면 투자가치는 매우 높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백업 및 DR시스템 구축에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EMC가 국내 제조, 통신, 금융, 공공, 의료 등 산업별 250여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절반 이상인 55%가 데이터 손실과 시스템 다운타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의 93%가 `재해시 완벽하게 시스템 및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1%인 아태지역 기업 평균과 비교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재해에 따른 완벽한 시스템 및 데이터 복구에 어려움이 있음을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업 및 복구 IT 예산 할당(8.42%)은 아태지역 기업들의 평균(10.48%)과 비교해 낮게 책정돼 있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결과는 `재해 복구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39%에 불과해 아태지역 기업 평균(55%)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손실 관련 재난과 자연재해에 크게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재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는 얘기다.
◇백업 인프라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연계돼야=현재 많은 국내 기업들은 재난재해를 비롯해 예산 부족, 데이터 폭증 등 다양한 비즈니스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가상화된 클라우드와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도입이라는 IT 환경 변화까지 동시에 맞닥뜨렸다. 전통적 테이프 중심 백업 및 복구 방식으로는 이와 같은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점차 도입이 늘고 있는 가상화 기술은 물리적 서버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전통적 백업 인프라로는 가상 환경 데이터의 백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운영 인프라와 동일하게 백업 인프라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백업 및 운영기능 통합이 전제돼야 실질적인 백업과 복구가 가능하다.
또 백업 인프라는 데이터베이스, 메시지, 콘텐츠, 전사자원관리(ERP)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의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한 사전 통합 기능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영수 한국EMC BRS사업본부 이사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고 안정적이며 관리 편의성을 높여주는 디스크 기반 백업 어플라이언스 도입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IT 환경에 유연하게 적용이 가능하도록 백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데이터센터 이중화와 DR시스템 구축으로 완벽한 비즈니스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이를 위해 인프라 현황 및 목표 가용성 수준의 종합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구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중복제거와 효율적 네트워크 대역폭 사용, 온라인 백업 데이터 복제 및 소산 등의 신기술들을 이용한 원격지 백업 이중화를 그 사전 단계로 함께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R 계획 수립이 기업 생존율 높여=미국 IT전문지 컴퓨터월드 조사에 따르면 재해 발생으로 인해 24시간 넘게 정보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1년 후 생존율이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IT 재해대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4배 이상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경쟁력 확보에 IT DR시스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이사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서는 현실성이 가미된 업무 연속성 보장 및 DR 정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운영과 문제에 대응 할 수 있는 항시 대응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대응체계에는 플랫폼과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원격 사이트까지 아우르는 각 단계별 안정성 확보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빅뱅 시대 불의의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물리적 인프라보다 복구가 어려운 데이터의 경우 더욱 치명적이다. 재난재해로 인한 IT 인프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DR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정보 공유와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재해복구(DR)계획 수립 필요성에 대한 한국과 아태지역 기업 인식도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