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탈세 아냐…룩셈부르크 비즈니스 친화 정책
“애플은 룩셈부르크의 세금 정책을 따랐을 뿐 탈세를 한 것이 아닙니다. 룩셈부르크 법인세율은 25.5%, 부가가치세율(VAT)은 15%로 유럽에서 가장 낮습니다. 비즈니스 친화적인 룩셈부르크 정책이 부정적인 면만 부각돼 오도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룩셈부르크 등에 자회사를 두고 탈세를 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월드IT쇼(WIS) 2012` 전시장에서 만난 호메인 푸아주 룩셈부르크 경제통상부 정보통신기술국 국장은 “적극적으로 투자해 룩셈부르크 경제에 기여하는 외국 기업에는 신용점수와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며 “기업이 저가격으로 고효율을 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룩셈부르크는 자본세와 양도세가 없으며 지식재산권으로 발생한 자산도 80% 세금공제 혜택이 있다. `기업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룩셈부르크에는 논란이 일었던 애플뿐만 아니라 넥슨, 이베이, 스카이프 등 수많은 기업이 유럽 본사를 두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는 20개가 넘는다. 서울의 네 배 남짓한 규모에 인구는 포항 시민(50만명) 수준인 소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푸아주 국장은 “룩셈부르크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유치하고자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기업 경영자는 언제든지 경제통상부 장관과 얼굴을 마주하며 상담할 수 있을 정도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 업체는 정부 관료와 한달에 한두 번씩 정례간담회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시간을 가진다.
정책만 뒷받침된다고 기업이 선뜻 이전을 결정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룩셈부르크는 인프라가 훌륭하다. 유럽에서 가장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속도가 빠르다. 중요한 것은 룩셈부르크 내에서만이 아니라 16개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해 독일, 벨기에, 스페인 등 주변국에 10㎳ 이하의 지연율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서유럽 물류허브 역할도 도맡고 있다. 유럽 화물 항공사 카고럭스의 본거지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항공물류창고가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라쿠텐이 원활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푸아주 국장은 “4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국민이 형성한 다문화적인 환경과 높은 삶의 질 등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푸아주 국장은 다음 달 18일 열리는 룩셈부르크 ICT 전시회 `ICT 스프링 유럽 2012` 준비에 전념할 예정이다. 매년 150여개 세계 주요 기업이 행사에 참가하고 2500여명의 산업 전문가가 참관해 활발한 정보 교류가 이어진다. 올해는 넥슨뿐만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 기업도 대거 참가한다.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WIS에 와서 한 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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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