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를 맞아 `정보 격차`를 취약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시민 권리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정보격차 해소 정책이 인터넷 접속에 초점을 맞췄다면,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지금은 국민 개개인의 정보 활용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연구재단·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단 주최로 열린 `디지털 격차 해소를 넘어, 스마트 정보사회 통합으로`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스마트 기기 확산으로 개인 간 정보 활용 격차도 점점 커진다”며 “집단별 맞춤형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으로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스마트 기기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처럼 기존 취약 계층의 디지털 격차가 더 커지는 한편, 일반 이용자 사이에서도 활용 능력과 관심에 따라 격차가 생기는 등 정보 격차의 양상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정보에 접근할 환경이 갖춰졌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따른 사회 분열 가능성도 점쳐진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소외 계층뿐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 정책 대상을 확대, 전반적 정보 기술 활용 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정보 기술로 사회적 기회 평등을 추구하는 새로운 국가적 격차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정보 격차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정보 격차 정책 `e인클루전`이 경제 성장과 고용 확대, 삶의 질 제고와 사회 참여까지 목표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만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사회통합기획부장은 “스마트 기술은 관계와 참여, 라이프스타일, 문화와 소통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국민 누구나 IT를 활용,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사회 통합 정책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샤론 스트로버 텍사스주립대 교수
“저소득층 가정에 PC를 주는 방식으로는 정보 격차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기술의 의미를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샤론 스트로버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이제 기술은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적절히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스마트폰 확산으로 IT가 우리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는 “단지 기기를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개인에 의미 있는 결과를 줄 수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과 훈련을 위해 가정과 학교, 정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스트로버 교수는 “유럽에선 인터넷을 활용해 사회 전반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인터넷 보급률을 높이는 한편 `의미 있는 이용`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스트로버 교수는 IT 보급의 사회적 의미를 주로 연구한다. 미국 정부에서 초고속인터넷 보급 업무를 담당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IT 정책에도 관여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