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 잊어라…HP, 프리미엄 PC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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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저가 브랜드 `컴팩`을 버렸다. 그 대신 새 브랜드 `엔비 스펙터`로 애플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화려한 부활을 노린다.

HP는 9일 중국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 `2012 HP 빅뱅` 행사를 개최하고 새 제품 브랜드 전략을 공개했다. PC사업 매각 결정 철회, 이미징프린팅사업부(IPG)와 퍼스널시스템그룹(PSG) 통합에 이어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으로 세계 1위 PC기업 입지를 굳건히 한다는 전략이다.

컴팩 잊어라…HP, 프리미엄 PC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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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뮤턴 HP 글로벌 세일즈팀 수석부사장(왼쪽)이 9일 중국 상해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2012 HP 빅뱅` 행사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노트북 `엔비 스펙터`를 선보이고 있다.

HP는 `엔비 스펙터`를 소비자용 노트북과 데스크톱 제품군으로 확대한다.

새 브랜드 전략에 따라 그동안 저가 위주로 운용해온 컴팩 브랜드는 소비자용 제품군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기업용은 데스크톱, 모니터 등 일부 저가 제품군만 컴팩 브랜드로 남게 되나 실질적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한다는 게 HP 방침이다.

“애플 잡고 중국 장악” 제품·조직 대대적 손질

HP가 새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것은 애플이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 2위 레노버가 중국 시장을 발판삼아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 연말 1위 등극을 자신하는 것도 위협요소다.

세계 PC 시장에서 HP는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1위 입지가 흔들린다. 매년 마이너스 성장도 문제다.

HP PC사업 매출의 약 45%가 발생하는 미국에선 애플이 상위 5개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중국에선 레노버가 약 37% 점유율로 수년째 1위를 기록했다. 매년 2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1위 HP를 바짝 추격했다.

HP는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컨슈머용 프리미엄 노트북 브랜드 `엔비`를 내놨으나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애플이 특유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맥북 에어를 앞세워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기업시장까지 진입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새 프리미엄 전략의 요충지는 중국이다. HP는 2015년 중국 PC시장이 23억대 30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봤다.

극히 낮은 PC사업 마진율 개선도 기대했다. 사업부 통합으로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성을 꾀하고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명실상부한 주력사업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전략이다.

HP는 지난 2002년 아시아 PC시장 강화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190억달러를 들여 컴팩을 인수하고 단숨에 세계 PC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컴팩은 HP에 인수된 후 노트북과 데스크톱 브랜드로 영향력을 끼쳤으나 이후 `파빌리온` 등 다양한 HP 브랜드가 선보이면서 저가 제품군 브랜드로 운영되며 영향력을 잃었다.


2012년 1분기 세계 PC 벤더별 출하량 예비추정치 (단위:대)

출처:가트너 (2012년 4월)


상하이(중국)=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