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UL인증 부담 막았다`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산업에 타격을 줄 뻔했던 미국 표준기구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의 새로운 안전 규격 제정이 무위로 끝났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세계 PCB 업계가 적극 공조한 결과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회장 박완혁)는 최근 미국 안전인증기관인 UL이 추진한 에폭시수지(FR-4) 상세 분류안이 최고 의결기구(CSDS)에서 부결됐다고 8일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 UL은 현재 기준인 FR-4를 성분에 따라 FR-4F·FR-4G·FR-4GF·FR-4B 등으로 세분화하려 했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신규 규격이 필요하다는 게 UL의 논리였다.

하지만 PCB 성분 변화는 10년 넘게 이어졌고 그간 사고 등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바 없어 업계 반발을 샀다. 또 UL의 방안대로 새로운 인증 시스템이 도입되면 종전보다 인증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5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세계 PCB협회는 공동대응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산업계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왔으며, 그 결과 최근 투표에서 UL 안건이 최종 부결된 것이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 임병남 사무국장은 “한국 최초로 규격 결정 투표권을 확보하는 등 각국 업계가 긴밀히 공조해 낸 결과로 산업계의 목소리가 수용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94년 설립된 UL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안전 규격 개발 및 인증 기업이다. 법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권위를 인정 받아 북미지역 수출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UL 인증을 필수처럼 여긴다.

협회는 PCB 산업 중심인 동북아를 중심으로 업계와 공조를 공고히 해 향후 UL 규격에 업계 의견이 반영되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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