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찾은 제주 월정 해상풍력실증연구단지. 해안에서 1.3㎞ 떨어진 해상에서는 2㎿급 풍력발전기 한 기가 힘차게 돌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두산중공업이 설치한 풍력발전기 1기가 가동을 준비 중이었다. 이곳은 조만간 해상풍력발전 실증을 위한 풍력발전기가 잇달아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0억원정도다.

이 연구를 주도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남호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해상풍력발전단지 설계와 해상 기상탑 건립, 해상 기초구조물 제작, 해저 전력선 접속 및 설치, 그리고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기술을 모두 국내에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는 STX중공업이 공급했다. 영구자석 직접 구동형 풍력발전기를 해상에 적용하기는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단지 조성에는 한전 전력연구원, 남부발전,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했다. 예산은 모두 80억원이 투입됐다.
조그만 배를 타고 나가 수면 위에서 바라본 발전기는 거대했다. 설치된 구조물은 해수면에서 높이만 70m에 달했다. 바람을 받아 돌아가는 블레이드는 34m짜리가 3개 장착됐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바닷속 지지구조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뉜다. 월정 기지에 설치한 풍력발전기 지지구조는 경사진 베타형 재킷 4개로 구성돼 있다. 베타형 재킷은 국내 기업들이 우리나라 연안에 지지대를 세울 때 자주 쓰는 형태다. 이를 해상풍력 발전에 응용했다.
개당 100톤짜리 이 재킷을 해상에 적용하기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짧은 길이의 고정 핀을 사용해 작은 용량의 크레인으로도 설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지지대인 재킷은 수심이 깊어도 설치가 가능한 노르웨이의 네발 달린 콰트로포드 재킷이 유일했다.
경남호 책임연구원은 “영국은 5㎿짜리 풍력발전기 1기를 베아트리스 인근 바닷속 깊이 40m에 시범 설치하는데 800억원 들었다”며 “베타형 재킷은 국내 조선 및 해상 산업 인프라가 워낙 탁월해 저가 실현이 가능한 해상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사실 해상풍력발전 경험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설치한 해상풍력발전기는 모두 외국 기술이었다.
황주호 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우리가 이번에 시도한 공법은 깊은 수심에서도 발전기를 세울 수 있는 기술이다.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며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한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은 대부분 파일을 수직으로 처리한다. 이번에 세운 베타형은 15도 정도 기울여 해저에 파일을 박았다. 구조물 안정성이 더 뛰어난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교량에도 이 공법을 많이 활용한 경험이 있다.
한전전력연구원은 해저 전력선을 책임졌다. 통신선과 함께 도체 3개가 3중으로 싸여 있고, 다시 외피를 6겹으로 두른 전력선은 두께만 지름이 125㎜다. 케이블은 LS전선이 국내 처음 개발했다.
해저 전력선을 설치한 전력연구원 측은 바다 바닥을 1.5m 정도 파서 묻었다. 바닥은 지질이 단단해 애를 많이 먹었다.
구조물을 시공한 두산중공업 측은 40m짜리 블레이드를 달다 기상악화로 떨어뜨려 바다에 빠뜨리기도 했다.
전기생산 가격 경쟁력은 육상과는 아직 차이가 있지만, 100㎿급으로 대량 생산된다면 육상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해상 전력 생산비는 ㎾당 150원가량 된다.
경남호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에 10G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면 국내 총 전력 수요의 5% 정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플랜트 수출 산업으로 전환하면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 월정 해상풍력실증연구단지=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지식경제부가 주도하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제주 구좌읍 월정 해역에 조성. 2㎿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전기 생산 돌입. 해상풍력발전단지 설계부터 건설까지 모든 공정 국내에서 조달.
월정(제주)=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