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해법을 찾아라](2)요금에 막혀버린 미래 전력산업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향후 4년간 전력산업 유겅을 위한 필요투자 재원 및 전기요금 현실화에 따른 기대효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근간으로 한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같은 새로운 전력시스템으로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을 선도한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핑크빛 전망과 달리 진행 상황은 소걸음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1.3%에 불과하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저조한 상황이다. 스마트그리드 역시 실증단지를 제외하곤 전기를 변동 가격에 따라 사고판다는 개념조차 소비자들은 생소하다.

미래 에너지 시장을 좌우할 신규 전력산업이 지지부진한 근본 원인은 현행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저렴한 데 있다. 시장 논리상 수익성을 내기 힘든 구조로 사업 주체는 큰 비용을 들여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인색할 수밖에 없다.

은종환 에코시안 사장은 “국내 전기요금은 제조비용 상승이 아닌 국가적 에너지낭비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에너지 효율성 제고라는 당위성을 생각하면 인상은 불가피하고 이에 에너지 관련 새로운 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발전 비용 상승분만큼의 전기요금 인상은 필수다. 지금처럼 정부가 인위적으로 전기요금을 규제만 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과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도 없다.

스마트그리드는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그리드는 실시간으로 변화는 가격신호에 따라 공급-수요자가 양방향으로 전기를 사고파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지금의 가격구조에선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한전이 독점한 전기 판매 소매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구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판매해야 하는 시장에 민간사업자가 진입할 이유는 없다. 신재생에너지·스마트그리드 산업의 후광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전기요금 현실화를 바탕에 둔 가정이다. 정부도 원가보다 싼 전기를 바로 구매해서 쓸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ESS 보급에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민간기업이 스마트그리드·ESS 시장에 진출하려 해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며 “국가 에너지원의 효율화를 위해 점진적인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력업계는 배출권 거래제·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등 다양한 녹색성장 관련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전기요금이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한전의 4년 연속 적자가 향후 투자를 외면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영여건 악화를 이유로 중지한 `전선 지중화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최근 한전이 신사업 부서를 축소하고 해외사업에 치중하는 것은 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영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에너지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이 산업계 수출 경쟁력의 저하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새롭게 형성될 시장 가능성도 내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에너지절약전문기업, 에너지 진단 산업 등 에너지 절약관련 시장을 새롭게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4년간 전력산업 육성을 위한 필요투자 재원(단위: 조원)

전기요금현실화에 따른 기대효과

자료:한국전력공사

[전력시장 해법을 찾아라](2)요금에 막혀버린 미래 전력산업
[전력시장 해법을 찾아라](2)요금에 막혀버린 미래 전력산업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