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시작페이지 '욕심'…실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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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이 새로 선보인 `네이버 캡처`를 설치하려면 화면에 무려 여섯 가지 설정이 뜬다. `네이버를 웹 브라우저 검색 기본값으로 설정` `네이버를 홈페이지로 설정` `네이버 툴바 설치` 등이다. 잘 모르거나 귀찮은 사람은 그냥 `확인` 버튼을 누른다.

표현은 다르지만 여섯 가지 설정이 가져오는 결과는 `네이버를 단골로 이용하겠다`다. 일일이 체크를 해제하지 않으면 네이버가 인터넷 시작 페이지로 바뀌거나 검색 기본값으로 설정된다. `시작 페이지를 네이버로 변경하시겠습니까.`라고 간단히 묻던 과거와 180도 다른 대목이다.

NHN이 시작 페이지 전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스마트폰 붐으로 PC에서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줄면서 가장 큰 수입원인 검색 광고 매출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시작 페이지는 인터넷 사용 습관을 좌우한다. 보통 포털을 시작 페이지로 정한다. 시작 페이지에서 검색을 하고 뉴스를 본다.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업체가 툴바나 무료 프로그램을 배포해 시작 페이지를 자사 사이트로 바꾸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년 검색 광고로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1조817억원을 번 NHN 입장에서 시작 페이지 사수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캡처`를 비롯해 `툴바` `메모` 등 인터넷 편의성을 높이는 NHN 각종 무료 프로그램에도 네이버를 첫 페이지로 하라는 옵션이 들어 있다.

NHN의 시작 페이지 지키기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작 페이지로 네이버를 선택한 PC 비율이 늘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가 시작 페이지인 PC는 작년 말과 올해 초 2100만대 정도로 줄었다가 4월 2270만대를 기록,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작 페이지 설정을 늘리려는 시도는 사용자 동의 절차를 밟지 않는 부작용도 낳았다. 각종 네이버 프로그램을 한 번에 모두 설치하는 `네이버 툴즈`로 `네이버 캡처`를 설치하면 사용자 동의 없이 시작 페이지가 네이버로 바뀐다. 선택하지도 않은 네이버 툴바도 설치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가 유선 웹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툴바나 시작 페이지 마케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풀이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가 들어가자 NHN은 이 문제를 고쳤다. NHN 측은 “사용자 동의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첫 페이지를 바꾸는 일은 없다”며 “이번 일은 단순한 개발 과정의 실수로 곧바로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