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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CPS연구팀. 로봇 모형으로 자율주행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다안개가 유난히 심한 2015년 10월 새벽 서해대교.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서 달리던 대형 탱크로리가 타이어 펑크와 함께 급회전했다. 탱크로리 자율제어시스템이 실시간 반응했다. 차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델링한 뒤 전복 가능성을 판단하고, 실시간 통신기능을 이용해 뒤따르던 차량 수십 대에 비상제어정보를 전송했다.

뒤따르던 차량의 자율제어시스템은 이 메시지를 받고 탱크로리와의 추돌시간을 정밀하게 계산한 뒤 상황에 따라 급제동 장치를 가동하는가 하면, 급제동에 따른 차체 제어, 사용자 알림이나 비상등 점멸, 후방차량에 비상메시지 전달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안전을 확보했다.

가상의 얘기지만, 자동차 추돌사고가 사라지는 날도 머지않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WSoC연구소 CPS연구팀(팀장 김원태)이 개발 중인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덕분이다.

이 연구팀은 현재 자동차에 자율제어 기능과 데이터분산시스템(DDS)을 포함한 `CPS`를 개발 중이다.

지식경제부의 `고신뢰 자율제어 SW를 위한 CPS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작했다.

◇CPS 연구 왜 중요한가=20년 전만 해도 자동차 R&D는 주로 엔지니어가 다뤄 왔으나 지금은 아니다. IT 전문가를 빼면 얘기가 안 된다. 자동차는 이제 개별 부품의 집합을 넘어 전자장치, 나아가 거대한 SW가 통제하는 새로운 시스템(CPS:Cyber-Physical Systems, 사이버-물리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자동차를 앞으로는 가전업체가 제작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근거다.

`CPS`는 지난 2007년 미 대통령과학정책자문위원회(PCAST) 네트워크 정보 기술 R&D 보고서에 처음 언급됐다. 분야별 사이버(컴퓨팅, 커뮤니케이션, 제어) 환경과 물리시스템(움직이는 것)을 통합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CPS`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이나 원자력, 국방, 항공, 항만물류 등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분야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추돌사고뿐만 아니라 차량 급발진 사고의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전자제어장치(ECU)의 오류 의혹도 해소할 수 있다. 고수준의 지능형 SW인 `CPS`가 제어하기 때문이다.

◇CPS팀 무슨 연구에 도전하나=ETRI CPS연구팀은 공통기반 기술 3건을 개발 중이다. 모델링&시뮬레이션(M&S) 기반 SW와 자율제어플랫폼 기술, 그리고 최근 공개한 실시간 CPS 미들웨어 기술이다.

M&S 기반 SW 부문에서는 설계와 소스코드 생성, 검증 등을 수행하는 거대한 SW개발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다. 현재 CPS를 설계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모델 언어(ECML)와 하이브리드 시뮬레이터, 하드웨어 통합 검증환경(HILS)을 개발 완료했다.

자율제어플랫폼 부문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일어나는 전조현상의 패턴 등을 검출, 대응하거나 자동차 추돌 예방처럼 갑작스런 사건 발생에 실시간 대응하는 공동SW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실시간 CPS미들웨어 부문은 최근 성과를 공개했다. 전차 등에 탑재된 무기체계를 연동하는 통신 미들웨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적의 공격 위치를 실시간 파악, 방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뭐하나=서브시스템 단위의 개발검증 수준에서 CPS 전체시스템을 통째 모델링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HW/SW통합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인걸 CPS연구팀 박사는 “자동차의 ECU 단위의 설계 개발 검증에서 전체 자동차제어 SW를 통합 검증하고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정형검증 엔진의 하이브리드 모델 버전을 개발해 CPS 모델이 수학적으로도 무결하다는 것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다각적인 상용화 시도에도 나선다. 타깃 도메인을 선정해 시범사업도 추진, 상용화를 완성할 계획이다.

항만 물류 SW는 내년부터 연구에 들어간다. 반자동화 되어 있는 항만 컨테이너 이송업무 등을 완전 자동화하는 스마트 항만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CPS연구팀은 15명의 전문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이 팀 연구원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