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업지원기관 장비· 시설 상당수 `낮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기업지원기관의 각종 장비와 시설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십억원을 들여 구축했지만 이를 운용하는 기관들이 추가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낡은 장비를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장비를 운용할 전문인력이 없거나 홍보부족으로 활용도도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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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지난 2010년 51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미디어스튜디오 모습.

일부 기관은 이용률이 낮거나 노후 장비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고가 장비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다.

◇2년만에 사업접고, 장비 방치=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은 문화체육부 지원으로 지난 2010년 4월 51억원을 들여 IPTV와 HD영상 등을 제작할 수 있는 미디어스튜디오를 구축했다.

IPTV망을 통해 송출할 영상물 제작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역 주력산업인 패션과 섬유관련 제품 마케팅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초기에 SK C&C가 DIP와 미디어스튜디오 구축 및 기술지원계약을 맺고 위탁운영에 들어갔으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지난 1월 계약을 해지했다. 라이브쇼핑채널과 라이프정보TV 등 IPTV 채널 방송도 기대이하 성과로 사업을 접었다.

DIP는 인건비 부담때문에 장비 운용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자 현재는 지역 케이블방송사와 기술지원파트너 계약을 맺고 장비를 유지하는 수준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사업비 20여억원을 들여 지난 2007년 설립된 DIP내 영상미디어센터는 장비가 낡아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은 경우다. 센터 장비는 일반인과 기업들의 활용도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장비 업그레이드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미디어산업에 대한 수요예측을 잘못해 고가의 첨단 장비를 제대로 활용못하고 있다”며 “운영기관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수요를 발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DIP는 최근 미디어스튜디오 장비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신규 국책사업을 유치, 사업비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4년간 단 9회만 사용한 장비도=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보유한 장비와 시설은 기업들이 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상태다. 진흥원은 현재 센텀 IT벤처센터와 대연동 SW지원센터, 영도 멀티미디어지원센터 등 3곳에 14개의 시설과 장비를 운용 중이다.

장비활용 현황을 보면 이미지센서를 갖춘 산업용 디지털캠코더를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 장비들은 한 달에 채 1건의 이용기록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지난 2008년 4월 이후 단 9일 동안만 사용된 경우도 있다.

기업 지원용 LCD프로젝터는 최근 1년 새 사용기간이 10일도 채 안된다. IDC실과 DB네트워크실 등 지원시설에 대한 이용률도 낮다.

진흥원은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 장비를 1인 창조기업에 무상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비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장비활용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문섭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기반조성사업부장은 “현재 정부의 장비도입 예산 지원이 전무한 상태이고 그나마 시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장비 운용 오퍼레이터 채용 및 장비활용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률 낮다보니 아예 매각 처리도=충북도지식산업진흥원은 이용률이 높지 않거나 노후화된 장비들은 일찌감치 매각을 통해 정리했다. 장비 관리 인력을 줄이고, 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현재 음향 편집 등 인터넷 방송 장비 이용률은 100%다. 위탁 운용을 맡긴 IDC 역시 장비 임대율 80~90% 수준에 육박한다.

충북도지식산업진흥원은 일부 활용률이 떨어지는 장비를 연내 충북도와 협의를 거쳐 매각하거나 농촌에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CGI(Computer Generated Image)센터에 9억원을 들여 인력양성시스템과 3D컨버팅 장비를 구축했다. `파이널컵 프로` 등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센터 장비 활용률은 70% 가량이다. 40명 정원에 30명이 관련 장비를 활용 중이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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