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지정 공식 사업자가 선정되면서 공공 보안관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초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공공보안 관제 프로젝트는 줄을 잇지만 업체 입장에서 수주해도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공공보안 관제 사업자를 선정한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 발주처에서 보안관제에 대한 예산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기준에 보안관제 부분을 신설하고 최소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의 80%는 보장해야 한다. 부족한 인력도 문제다. 관제 인력 확보 및 양성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올해 450억원 이상 시장 기대=17일 복수의 공공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연초부터 공공보안 관제 시장에는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대거 진행됐다.
40억원 이상 규모의 정부통합전산센터 정보보호체계 강화 사업, 70억원 규모의 우정사업정보센터 망분리 사업, 2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정부 자원통합 1차 사업, 23억원 규모의 안시스(ANSIS) 2차 구축 사업, 10억원 규모의 서울시 통합보안관제운영 용역사업 등이 이어졌다.
16개 시·도청이 앞서 구축해 놓은 사이버 침해대응센터의 위탁운영 사업 등도 올해 진행될 예정이라 공공보안 관제 프로젝트는 연내 속속 추진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는 올해 보안 관제 시장 600억원 규모에서 공공 부문이 450억원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늘어난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의 성적표는 좋지 않다. 지난해 각종 보안사고 여파로 보안인력 몸값이 치솟은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관제 인력 연봉 수준은 6000만원 안팎으로 부르는 게 값이다.
신동진 호서전문학교 사이버해킹보안과 교수는 “지난해 공공보안 관제 사업자를 공식 지정하고 공공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보안 관제라는 부분을 공식화시켰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큰 폭으로 시장이 성장한 것 같지 않다”며 “보안 관제 인력에 대한 낮은 단가로 전문성에 기반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단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보안관제 노임단가 마련해야=업계 전문가들은 공공보안관제 노임단가는 기존 SW 노임단가 기준과 동일하거나 최소 80%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제 인력 등급 기준 체계화, 인건비 현실화 등이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예산기준에 보안관제 부문을 신설하고 현실화된 금액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저가 수주도 공공보안 관제 시장 제값받기의 걸림돌이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보안관제 사업자로 이글루시큐리티·인포섹·안랩·싸이버원 등 12개 사업자를 선정하고 추가로 어울림엘시스, 에이쓰리시큐리티 등 2개사가 추가되는 등 총 14개 공공보안관제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신규로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의 경우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소위 `지르기`가 심각하다. 보안관제 사업을 자사 보안시스템 납품의 기회로 삼는 관행도 여전하다.
나라장터 조달입찰 내역을 본지가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실시한 공공보안 관제 사업 중 투찰률이 80% 이하인 사업이 상당수에 달했다. 80% 이하로 수주할 경우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거의 대부분 손해나는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안관제 사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최소 인력에 대한 구성 기준, 운영 관제 시스템 및 유형 장비수, 기관수 등을 명시한 운영 가이드가 마련돼야 한다”며 “지경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통한 공공기관 수행인력에 대한 교육, 보안관제 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진행된 공공보안관제사업 수주 현황(단위:백만원, %)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