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전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플랫폼 전략을 고민하는 이로서 `생태계`에 대한 관점 하나를 이야기해본다.
이제 애플이나 구글의 경쟁력이 단순히 그들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만 있지 않다는 것은 많이 공감한다. 노키아 최고경영자(CEO)인 스테판 엘롭이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심비안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를 발표하며 말한 `생태계 전쟁`이란 용어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플랫폼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태계를 이끌 플랫폼 리더십이 중요하다는데 그것은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나,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자체적인 운용체계(OS)를 가지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나 등의 질문이다.
애플이나 구글과 경쟁할 생태계를 구성하려면 이제 한두 가지 요소만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기업에 필요한 요소는 생태계에 참여할 회사들에 `장기적 비전에 대한 신뢰`를 받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회사가 생태계 리더십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금이나 기술력만이 아니다. 생태계에 참여하는 회사는 플랫폼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그것을 신뢰할 수 있어야 플랫폼을 바꾸는 위험을 감수한다. 사실 플랫폼 리더십이란 참여사 입장에서는 플랫폼 종속성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금 애플과 구글에 대해 걱정하는 점도 바로 이것이다.
국내에서 플랫폼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 회사가 제공하는 플랫폼 비전은 얼마나 지속될까요. 만약 CEO나 주요 임원진이 바뀌어도 지속될까요. 그렇다면 그 기간은 얼마고 그 비전은 무엇인가요. 그 플랫폼이 만들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요점은 어떤 역량이나 자산이나 특징을 가지면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지 방법을 묻기 전에 먼저 어떤 비전이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회사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한 신뢰를 쌓도록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플랫폼 미래가 불투명한데 참여하라고 한다는 점이다. 또 비전이 얼마나 지속될지 믿음을 갖기에는 과거 국내 회사가 투자한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 조직의 지속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우리는 안다는 것이다.
모두들 경쟁력을 갖자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우리나라 회사가 제시한 중장기 비전을 들어보지 못했다. 모두 내년에 어떤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얘기만 한다. 애플, 구글, MS에 대한 신뢰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애플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판다고 좋아하지만, 조만간 바다 건너 회사가 따라잡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 능력의 기반이 진정한 플랫폼 경쟁력이 아니라면 말이다.
플랫폼 경쟁력이란 기술과 비전에 대해 오랜 기간 만들어진 신뢰라고 믿는다. 여러분 회사가 플랫폼 기술과 서비스에 앞으로 얼마나 투자할지에 대한 업계 신뢰가 궁금하다.
황병선 청강대 교수 겸 플랫폼전문가그룹 대표위원
블로그 퓨처워커(futurewalker.kr)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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