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BBC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특집 뉴스를 방송했다. 게임중독치료센터 전문가가 나와 “나에게 상담하러 온 사람의 90%는 게임중독이 아니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2년 간 수백 명의 환자들을 상대해온 전문가 케이트 버커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환자는 내원 환자의 10%에 불과했다”며 “나머지 90%는 중독 치료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자들이 보이고 있는 게임 과몰입 증상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겉보기엔 매우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임 중독 증상의 이면에 주변 환경의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 크다는 말이다. 결국 사회적 문제가 이단아들을 낳았다고 결론 내렸다. 버커는 “실생활에서 느낀 좌절과 분노를 폭력성 게임에다 쏟아 넣으면서 게임 중독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 중독자 대부분이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벗어나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위 사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마지막 문장이다. 게임 과몰입 상태의 사람은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벗어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준다. 온라인 게임 문제가 많고 치료 의지가 높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사례도 많다. 해외 사례를 알아보고 우리 실정에 맞도록 바꿀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선진국=미국에서는 사무공간에서 조차 온라인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업무 및 인간관계의 부적응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하버드 의대 게임 중독 서비스에서는 개인 및 직장인 대상 예방 교육, 기업체 대상의 상담 프로그램, 학교 대상의 예방 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리노이 중독 치료 연구소에서는 인터넷, 도박, 성 중독 등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개발 및 공급과 교육사업 지원을 진행 중이다. 인터넷 중독 치료 센터에서는 온, 오프라인 상에서 다양한 인터넷 중독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청소년이 나이와 위치를 숨기고 성인용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 폭력, 성인사이트의 청소년에 대한 무방비 노출 등이 문제된다.
캐나다 정부는 가정에서 자녀의 인터넷 이용을 관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비웹어웨어(Be Web Aware)`를 개발, 보급한다. 각종 교육용 웹사이트 개발 및 제작 서비스와 무료 공익광고 서비스 등도 지원한다.
유럽연합(EU) 어린이는 주로 온라인 게임과 오락위주의 검색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범유럽 게임 정보 협회가 출범해 디지털 게임의 내용을 고려한 적정 이용 연령 제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초강경 정책=중국 인터넷 이용자 수는 지난해 5억 명을 돌파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청소년 인터넷 이용자 역시 5000만명에 달한다. 청소년 네티즌 수는 급격히 증가 추세다.
중국 정부는 게임 과몰입을 가장 위험한 인터넷 후유증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관련 범죄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방지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일정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경험치 감소 등 불이익을 가해 게임 과몰입을 심리적으로 막는다.
그러나 모든 게임에 적용되기 어려우며,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계정을 이용하여 다시 접속 할 수 있는 등의 문제점도 많이 나왔다. 중국 전역 8개 재활센터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중독 치료를 위해 약과 최면술, 전기충격 같은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우리와 비슷하다. 인터넷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인터넷 중독자 수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온라인 게임중독자들의 야간외출금지 조치를 도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 카페를 폐업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일본 젊은이의 인터넷 중독도 심각한 수준이다. 온라인 게임 중독으로 인한 폭력성의 증가, 금단 증상, 학업이나 일에 대한 무력감 등의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문제됐다.
일본 지방정부는 인터넷 유료사이트의 부당한 요금 청구 피해를 예방하려고 팸플릿을 발행했다. 이 팸플릿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바로 사용하기의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일본 인터넷협회 주관으로 인터넷 이용 룰과 온라인 게임 매너 지침도 배포해 올바른 게임 문화를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민간 치료센터 설립=영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인터넷 중독과 관련한 연구가 활발하다. 우선 국립중독센터에서 6개의 중독 센터 운영하고 있는데 온라인 게임 치료 프로그램도 얼마 전 생겼다. 겜케어(Gamcare)가 대표적 사례다. 게임 중독자에게 지속적 상담을 제공해 과몰입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준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사이버 게임 중독자 전문 병원이 설립했다. 스미스&존스 중독 치료 센터는 유럽 최초의 게임 중독 전문 치료 기관이다. 이 병원의 설립자는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문적 치료를 위해 유럽 최초로 게임중독 전문 병원을 설립했다. 네덜란드중독연구소(IVO) 역시 다양한 중독 해결방안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치료 프로그램인 인터넷 중독 캠프를 운영한다. 이 캠프에 참가하면 어린이들은 인터넷 이용 대신 야외활동 등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 인터넷 이외의 놀이문화를 체험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