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인수 '혼전'거듭, 긴박한 신경전 속 승자는?

도시바-SK하이닉스 연합 가능성, 마이크론의 공세, 미·중 투자 펀드 참여 등 돌출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엘피다 인수전의 향배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들은 물론 업계 전반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1차 입찰에서 탈락한 도시바가 SK하이닉스와 공동 인수를 통해 노리는 것은 엘피다의 히로시마 팹을 이용해 모바일 D램 시장에 진입하고, 낸드 플래시 확장 투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모바일 D램 시장 3위인 엘피다 점유율(17%)과 기술력은 도시바에게 매력적이다. 한국 업체와 손을 잡더라도 인수를 욕심내는 이유다. 다만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공동 인수 제안으로 내부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단독으로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일약 삼성전자와 맞먹는 양강 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1차 입찰가를 적어 냈다. 그러나 도시바와의 연합 가능성으로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SK하이닉스가 공동 인수를 선택하면 일본은 물론 엘피다의 대만 생산 자회사 렉스칩 지분 인수를 통해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또 인수 자금 부담을 줄이고, 잠재적인 경쟁자를 제거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미국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가져가면 단기적으로 회생을 위한 자금 부담이 커 쉽게 정상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마이크론의 대만 자회사인 이노테라는 물론 난야 지분 투자, 렉스칩 인수까지 손에 넣으면서 대만의 메모리 생산 거점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인수 경쟁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엘피다 2차 입찰에 참여한 미국 TPG캐피탈과 중국 기업재생펀드 연합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공동 출자 이후 향후 5년 이상 엘피다 회생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엘피다 회생 후 재상장 또는 보유주 매각 등으로 투자를 회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수순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에게는 수혜다. 업계의 또 다른 전문가는 “엘피다 인수 이후 정상화를 위한 자금 투입과 3200여명에 달하는 엘피다 직원들의 구조조정 여부가 향후 시장 구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엘피다 인수전은 이달 말 2차 입찰 완료후, 내달에는 윤곽을 나타낼 전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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