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ICT와 과학기술 분야는 이미 새로운 거버넌스를 그리는 논의가 한창이다. 사실상 실패로 규정된 지난 4년을 만회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전자신문은 지난 2월부터 `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는 연중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두 달간 `미래 비전이 없다`를 주제로 현 ICT·과학기술 거버넌스 문제점을 집중 분석한 데 이어 `미래 거버넌스를 그리자` 시리즈를 2부로 진행한다. 2부 첫 순서로 ICT와 과학기술 전문가들을 초청해 현 거버넌스 장단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개편 방향을 그려보는 좌담회를 준비했다. ICT와 과학기술 두 분야로 나눠 마련된 전문가 좌담회를 2회에 걸쳐 지상중계한다.
지난 4일 아침 서울 여의도 국회. 학계, 연구계, 정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거버넌스를 논한다Ⅰ-ICT 거버넌스 좌담회`가 열렸다.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다소 민감한 주제였음에도 참석자들은 저마다 소신을 갖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현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애플, 구글발 스마트혁명을 예견하지 못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ICT 생태계를 아울러서 접근할 수 있는 통합형 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치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닌 합의제 위원회 구조도 ICT 분야만큼은 독임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지난 4년간 성과와 과오를 논할 때는 의견이 엇갈렸다. 주로 여당과 야당 두 수석전문위원 간 의견이 충돌했다. 서미경 새누리당 위원이 IPTV 상용화를 현 거버넌스가 이룬 방송통신 융합 성과로 언급하자 안정상 민주당 위원은 일자리, 투자 등 실질적인 파급효과가 부족했다며 반박했다.
분산형 현 거버넌스를 만든 책임 소재를 놓고도 공방이 거듭됐다. 이미 전 정부에서 마련된 틀 안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과 현 정부 인수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개편했다는 반론이 맞섰다.
전자신문은 개편 과정을 복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향후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미래 지향적인 논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과거 책임 공방으로 번지는 것은 차단하며 좌담회를 진행했다.
차기 대통령과 차기 정부에 바라는 바도 논의됐다. 임주환 교수는 “ICT를 단순히 애플, 구글 차원이 아니라 지식정보사회로 넘어가는 변화 단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철저하게 준비한 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원장은 차기 ICT부처의 분발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국민과 기업에 사랑받는 부처는 당연히 힘이 실린다”며 “그럼 자연스레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시간에 가까운 좌담회를 마치고도 참석자들은 못다한 말이 있는 듯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좌담회장을 떠나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미래 거버넌스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서미경 새누리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송희준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안정상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임주환 고려대 전자및정보공학과 객원교수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벤처과학부장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부장)=내년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ICT 거버넌스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현 거버넌스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행정학을 전공한 송희준 교수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을 지낸 임주환 교수가 각각의 시각에서 장점과 단점을 얘기해달라.
◇송희준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2008년 초 현 정부는 지식 기반 경제 통합과 정부조직 군살을 빼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18개 부처를 OECD 국가 평균 14개와 비슷한 15개로 축소했다. 우리나라 특성상 빠지기 힘든 통일, 여성 관련 부처가 존속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OECD 평균보다 적은 수준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 점은 긍정적이다.
당시 ICT 조직개편은 IPTV 등 방송통신 융합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방통융합은 `빅뱅(Big Bang)`이 아닌 `스몰뱅(Small Bang)`에 불과했다. 이듬해 말 한국에 상륙한 애플 아이폰은 스마트혁명이라는 빅뱅을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빅뱅을 예상하지 못한 조직개편이 돼버렸다.
관점에 따라 찬반이 있겠지만 2008년 정부 조직개편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기 곤란하다. 과거 정보통신부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ICT 생태계 총괄 부처를 해체한 것은 잘못했다는 생각이다.
◇임주환 고려대 전자및정보공학과 객원교수=현 정부는 출범 초기 ICT 정책 기능을 분산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했다. 분산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이상적인 시스템이지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자율과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부처 간 소통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각 부처는 경쟁하는 구조기 때문에 소통에 한계가 있다. 과거 정통부, 산자부가 서로 모르게 정책을 준비하고 먼저 내놓으려고 경쟁했던 것처럼 사실 소통이 어렵다. 장관 임명은 대통령이 하지만 부처 간 조율은 대통령도 이끌어내기 힘들다.
소통이 원활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조직을 분산시켰는데 그렇지 못하니 목표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됐다. 스마트TV를 예로 들어보자. TV는 원래 산자부, 지경부 영역에 속하는 가전제품이었다. 스마트TV가 나오면서 TV에 네트워크가 연결되니 통신을 담당하는 방통위 영역으로도 들어왔다. 멈칫하는 사이 삼성전자-KT 간 스마트TV 접속 제한 논란이 발생했다.
스마트TV는 우리나라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가 해외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야 하는데 국내 정책 결정이 늦어져 기회를 놓치는 것은 좋지 않다. 더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
콘텐츠도 문제다. 콘텐츠가 네트워크에 물려 유통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방통위가 충돌했다. 소프트웨어도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여전히 엇박자가 나타난다.
ICT 정책기능 분산은 문제가 있다. 누군가가 결정해줘야 한다. `컨트롤타워`라는 강한 의미보다는 한곳에서 (집행)할 수 있는 모양이 필요하다.
◇송희준=2008년 정부 조직개편 문제점은 첫째 ICT 생태계를 해체해 디지털 컨버전스에 역행했다는 점이다. 곤충을 머리, 가슴, 몸통, 내장으로 해체하듯 ICT 정책 총괄기관이 분산됐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CPND)로 불리는 생태계에서 수요와 공급 선순환 고리가 끊어졌다.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됐다.
두 번째는 ICT가 국정 우선의제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ICT 정책기능을 분산시키니 상호 견제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는 정책에 머물렀다. 서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수용하지 않는 정책에만 매달리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됐다.
서비스 전달창구가 다원화돼 정책 소비자인 기업이 불편을 겪었다. G20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고유 성장모델을 칭찬했는데 우리는 막상 글로벌 표준을 따른다며 이를 해체했다.
인적·물적 자원 비효율성도 문제다. ICT 전문지식을 가진 공무원 집단이 흩어지면서 전문가를 찾기 힘들어졌다. 정보통신진흥기금은 65개 기금 가운데 유일하게 조성기관(방통위)과 사용기관(지식경제부)이 분리되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맞았다. 국가정보화기본법과 정보통신산업진흥법 오너십이 사라지면서 기본계획이 실종됐다.
◇사회=정치권, 그 중에서도 여당과 야당은 또 시각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ICT산업에 초점을 맞춰 현 체제를 평가해달라.
◇안정상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현 거버넌스는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부처 간 갈등과 업무 중복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기금, 콘텐츠, 정보보호 이슈 등과 관련해 정통부 해체 이후 갈등이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점화됐다.
다음으로 ICT 분야 기획과 조정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부처가 없다. 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부처도 없다.
애플 아이폰 쇼크 때 정부가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결국 각 부처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수준의 안이 나왔다. 발전적인 통합 전략을 만들기보다는 부분 전략을 끼워 맞추는 형태에 머물렀다.
IT특보가 신설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 IT특보 개인 역량은 좋은데 조직구조 한계상 실제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었다. 기존 발표된 내용을 종합하는 데 그쳤다.
과거 정통부 `IT839` 정책처럼 ICT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정책을 못 만들고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기능적 한계를 노출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불편을 안겨줬다. ICT 업계 종사자들 사기를 저하시켰다. IPTV용 교육콘텐츠사업을 하려면 4개 부처를 돌아다니며 허가받아야 한다. 스마트폰 분야에도 `갈라파고스` 규제가 각 부처에 똑같이 존재한다. 전담부처도 없고, 총괄하는 부처도 없다보니 업계 불만이 커졌다. 이들 모두 분산형 거버넌스 부작용이다.
◇서미경 새누리당 문방위 수석전문위원=현 거버넌스 성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 융합체제를 이뤘다는 것에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방통 융합은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숙제였다. 현 정부 들어 IPTV 상용화, 디지털방송 전환 확정, 미디어 융합을 비롯해 방송과 통신 규제 수위가 비슷해지며 방송 부문 규제가 완화된 것은 성과다.
거버넌스 자체가 장단점 모든 것을 좌우하진 않는다. 정책 환경, 사람 등 다양한 운영요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러 문제가 엮여 있다.
분산 후 문제점은 어느 부처도 ICT산업 전체를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부처가 자기네 정책만 찾고 종합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컨트롤타워 부재, 업무 중복 문제도 나타났다. 이는 부처가 나뉘어 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 문제가 있었지만 분산 이후에도 계속 중복 현상이 나타난 것이 더 큰 문제다. 콘텐츠 분야도 부처 간 영역 다툼이 발생했다. 조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갈등이 있다.
방통위를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방송에 함몰돼 중요한 통신을 소홀히했다는 것이다. 국회나 방통위 회의 안건을 봐도 상대적으로 방송이 더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위원회 구조여서 산업진흥 안건이나 민감한 현안은 처리가 미뤄지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사회=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참석자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ICT 거버넌스 개편 논의에 참여했던 김동욱 원장으로부터 당시 논의 배경과 현 상황을 비교해 들어보자.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부처는 저마다 관할 영역이 있다. 애착도 가진다. 하지만 부처 간 경쟁이 관할권 다툼 또는 자리와 권한을 확대하는 것에 맞춰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산업·재정·고용·교육 등 각 시각에 맞춰 접근하는 것은 괜찮다.
분산구조에서 정책 지향적인 경쟁은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긍정적인 점도 많다.
과거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은 방송·콘텐츠·정보통신·네트워크 간 유기적인 결합 없이는 성장동력을 얻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당초 방통융합추진위는 정통부에 비해 확장된 집중형을 지향했다. 하지만 2007년 말 대선 이후 이듬해 IPTV법, 구조개편 등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상당히 변형됐다. 여야 정치권 타협의 산물이었다. 특정 상임위원회가 아니라 과학기술, 문화관광, 정무, 산업자원 등 다양한 상임위가 연계되면서 ICT거버넌스가 지금의 4개 부처 분산체제로 나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야 간 타협 산물인 동시에 정통부를 제외한 산자·문화·행안·재정부 관료들의 이익도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방통융합추진위 제안이 `전략적` 선택이었던 반면에 현 분산체제는 정치권과 관료권이 내놓은 `정치적` 타협 또는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방통위 출범 전과 비교하면 방통융합, 정치-산업 속성 사이에서 나름 타협의 묘수를 찾았다고 평가한다. 콘텐츠와 네트워크가 결합되는 효과가 지금 체제에서는 가능하다. 굳이 평가한다면 A까지는 아니지만 B 또는 B마이너스 점수를 줄 수 있다.
각 영역에서 새롭게 접근을 시도한 것은 사실이다. 행안부의 정보보호, 문화부 콘텐츠산업 기능 강화, 지경부 IT융합 등으로 기존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였다.
하지만 ICT 업계는 과거보다는 미래 지향적이다. 글로벌 동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프런티어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선두권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다. 다양한 부처 신설 논의가 일어나고 있지만 ICT 쪽은 더 미래 지향적이고 젊은층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올드한 시각에서 보면 성과가 있지만 글로벌 동향과 앞서가는 시점에서 바라보면 부족한 점이 있었다. 분산형 정부조직은 사실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많은 나라가 3~4개 부처로 나뉘어 있다. 그럼에도 선진국이 분산형이라고 우리나라도 분산형이 맞다는 주장에는 생각이 다르다. 다시 한 번 집중형 조직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더욱 세부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보자. 앞서 지적됐듯이 현 거버넌스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집중-분산, 위원회(방통위)-독임제 구조다.
◇송희준=정부부처 조직은 전통적인 수직적 기능분화(cutting)와 현대적인 수평적 통합·연계(cross-cutting) 원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현 정부는 크로스 커팅 영역을 대부분 없애거나 약화시켰다. 옛 정통부와 과기부는 크로스 커팅 영역이다. 이를 전통적인 틀 속에서 분산시킬지 독립 기능으로 가져갈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결국 성과를 놓고 보게 되는데 현 분산형으로 개편한 후 성과가 좋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보니 취약해졌다는 논쟁이 벌어졌다.
ICT 기능을 관리하는 집중화된 부처가 필요하다. 방통위를 예로 들면 방송은 주로 정치 의제를 다룬다. 점증 모형이다. 이해당사자 간 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다툼도 벌어진다.
정보통신은 합리 모형이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집행해 성과를 내야 한다. 두 모형이 같이 갈 수 없으니 분리해야 한다. 방통 융합을 포함한 ICT 조직은 독임제로 가야 한다.
`컨트롤타워`보다는 `인비저닝(envisioning)타워`가 맞다고 본다. 종합계획을 내놓고, 미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총괄 부처가 필요하다. 정부는 키잡이를 하고 국민과 기업이 노를 저어야 한다.
◇임주환=다른 나라 모형 따라할 필요없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ICT를 세계 일등 수준으로 올려놨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형태로 가야 한다.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일부처도 보다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해야 한다. 조직 자체를 크게 할 필요는 없다. 힘은 강력하되 조직은 비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ICT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지식정보사회로 바뀔 때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조정할 것도 많다.
앞으로는 ICT와 얽히지 않는 부처가 없을 것이다. 옛날 정통부처럼 ICT 한 분야를 넘어 부처 조정 역할까지 하는 부총리급 조직도 검토해야 한다.
현 법체계는 지식정보사회가 아닌 산업사회에 맞도록 돼 있다. ICT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로써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가 성장할 수 있다. 단순히 과거와 같은 정통부 모델로는 부족하다.
◇김동욱=아이폰 충격 후 스마트 혁명이 일어났다. 여러 가치와 기능을 묶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운 시대가 왔다.
엮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생태계가 경쟁의 필수요건이 됐다. 앞으로 보다 심해질 것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체제를 꾸리지 않으면 구글, 애플 등 완결된 생태계를 확보한 곳과 경쟁이 어렵다. 여러 ICT 기능을 따로 가져가는 것은 망하는 길이다. 주관부처, 국무위원 측면에서 집중형이 필요하다.
전담부처 역할이 산업·경쟁 논리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ICT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 법률적으로 확실하게 기능을 보장받아야 한다. 국정 전반에 걸쳐 ICT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부처가 필요하다. 집중형으로 가지 않으면 정부 위기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산업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합의제는 균형과 공정한 의사결정을 기본으로 한다. 형평성을 지향한다. 하지만 전반적 개념의 생태계와 집중투자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독임제가 적절하다. 국무위원이 아니면 국정 전체를 아우르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와 산업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라도 독임제가 필요하다.
◇사회=올해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정당별로도 차기 거버넌스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현재 상황과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안정상=현 거버넌스 평가는 비슷한 것 같다. CPND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 접근을 위한 통합 구조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분산 규제하는 사례는 드물다.
가치사슬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미디어와 콘텐츠 융합 기능을 더한 ICT 정책기구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총선공약에 (가칭)정보통신미디어부 신설을 담았다. 분산된 부처와 규제·진흥 기능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쪽으로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히 정통부 부활 차원이 아니다. 과거 IT강국 명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제2의 IT붐을 조정하는 기반을 만들 것이다. 미래 융합 고리를 연결하는 조직이다.
총선이 끝나면 부족한 부분을 점검해 ICT와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함께 논의하는 정부조직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개선된 미래 거버넌스 방향을 제시하겠다.
◇서미경=시대를 불문하고 거버넌스에 관한 정답은 없다. 현 상황에 제일 적합한 것을 찾아야 한다. 4년 전 분산형 조직을 택한 취지는 전 산업의 ICT화였다. ICT산업이 발전했으니 타 산업과 ICT 융합을 꾀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마트폰이라는 혁명적인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점은 있다. 하드웨어 강국을 곧 ICT 강국으로 생각했는데 스마트폰발 혁명이 일어났다.
ICT 거버넌스 개편이 생존 차원 문제라는 것에 공감한다. 집중형으로 돌아가 CPND 고도화 차원에서 접근하면 전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이를 아우르는 통합 조직 필요성을 느낀다.
위원회 조직은 방송 독립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방송 논리에 통신이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 방통위로 규제와 진흥을 합치면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신속한 정책 추진에 초점을 맞추려면 독임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임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 차원에서 거버넌스 연구를 준비 중이다. 총선 공약으로 제기하면 정치 이슈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곧바로 (조직개편을)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거버넌스 개편은 새 정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선 공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전자신문 좌담회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대선 공약 자문단이 바로 꾸려진다. 이곳에서 거버넌스도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어느 조직을 중심으로 통합할 것인지는 고민해야 한다. 예산도 전체 ICT 분야 측면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지경부는 현 정부에서 가장 비대한 부처로 언급된다. 여기에 ICT 전체를 통합하면 더 비대해지고 최우선 업무로 자리잡을 수 없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
문화부와 ICT 부처를 합치자는 의견도 있는데 현장을 바라봤을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화부는 ICT와 업무가 판이하다. 간극이 훨씬 클 것이다. 이 두 업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장관 적임자도 찾기 힘들다.
◇사회=과거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더 좋은 미래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차기 정부가 고민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김동욱=생태계 문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CPND로 보면 우리는 콘텐츠, 플랫폼, 소프트웨어가 약하다. 거꾸로 말하면 발전 가능성이 높다. 취약한 부문 경쟁력을 확충하고 우리가 가진 기존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콘텐츠와 플랫폼을 강화하되 네트워크와 단말 분야에서 지닌 경쟁력을 더한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야 미국의 `빅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전략이 절실하다.
차기 정부가 여러 고민을 하겠지만 일자리, 고용으로 모일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고용이 최우선 과제다. 우리 ICT 경쟁력을 전방위로 확산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보화가 생산성은 높지만 일자리를 줄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단기적으로 기존 산업은 그러한 영향을 받는다. 보다 길게 봐야 한다. ICT가 결합되면 기존 산업이 완전히 바뀐다. 4차 산업,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온다.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된 독임부처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젊은이들의 잠재 역량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돼야 한다. 기반을 갖춰준다면 젊은 역량이 기존 대기업을 뛰어넘는 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도 기업 위에 군림하지 않고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벤처와도 수평적인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일하는 방식도 보다 개방적으로 유연해져야 한다. 새로운 젊은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ICT부처가 또다시 15개 부처 가운데 통상적인 한 부처로 자리매김하면 또 다른 실패를 가져올 것이다.
◇임주환=차기 최고 지도자는 ICT가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공약을 들여다보면 (돈을) 푸는 정책이 많은데 재원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ICT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른 부처는 다 돈을 쓰는 부처인데 생산적인 곳은 한두 곳밖에 없다.
현 정부처럼 ICT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시각은 곤란하다. ICT가 전통적인 일자리 한 개를 줄일지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두 배 이상 창출할 수 있다. 시내버스에 교통카드 도입해 차장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새롭고, 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ICT는 비단 애플, 구글 경쟁 차원이 아니다. 전 산업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차기 정부는 ICT가 생존 기반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최소한의 조건이다.
◇안정상=선순환을 이루고 미래 초강국 기반을 다지기 위한 통합형 독임제 부처가 바람직하다. 미디어 융합에 대응해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가치사슬이 생태계 안에서 수평적으로 융합되고 시너지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서미경=스마트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CPND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 ICT를 생존 기반으로 생각하고 가장 우선시하며 여러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
주의할 점은 내용물이다. 거버넌스는 집을 짓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그 안에 무엇을 집어넣을 것인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집이 좋아도 내용물이 빈약하면 윤택한 집이 되지 않는다.
거버넌스를 논의할 때 ICT 분야 다음 먹거리를 무엇으로 찾을 것인지 걱정되기도 한다. 내용물을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애플, 구글 스마트혁명은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혁신에서 비롯됐다. 우리 업계도, 특히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ICT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히 일개 부처를 만든 것을 넘어 국가 경쟁력 핵심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미래 거버넌스 개편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다양한 의견을 모아 발전적인 미래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전자신문도 바람직한 거버넌스 개편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
정리=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