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이제 재해복구(DR) 시스템,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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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조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상시 보고 때마다 CEO에게 `자연 재해가 났을 경우 IT에 문제가 생기면 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지`를 예상해 설명한다. 뉴스에 나온 일반적 재해 상황을 두고 IT와 연관 지어 수시로 경고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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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DR 상황에 대한 운영안을 마련했다.

올해 IT 재해복구(DR) 센터 구축에 나선 이 회사의 DR 시스템 투자는 이렇게 이뤄졌다. 사실 대부분의 CEO들이 시스템이 멈췄을 때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모르는 만큼 DR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없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2012, DR는 선택 아닌 필수=올해 조선·제약 등 제조 업계, 물류 업계 그리고 금융 및 의료·공공 업계 등 DR 투자는 전방위 확대되고 있다. 최근 DR에 대한 기업들을 바꿔 놓은 내외적 요인 때문이다. 길용호 오라클 퓨전미들웨어사업부 상무는 “과거 금융권이 DR센터 구축에 관심이 높았다면 최근 제조와 물류 등 전 업종에서 D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과거 데이터 저장 및 보존 형태에서 `실시간 재해복구` 요구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외적 요인은 지난해 일어난 일본 지진 여파와 잦은 기상 이변이다.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실제 양재동 일대 기업들의 시스템이 전면 마비되다시피 했다. 기업 내적인 원인은 모든 업무와 시스템의 디지털화와 중앙집중화다. 주 데이터센터에 모든 시스템을 집중, 실시간 글로벌 통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재해로 인해 업무상 큰 피해를 입는 2차적 재해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가진 문제는 상이하다.

한 IT서비스 기업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재해복구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은 △주 센터와 백업센터의 인프라 차이 △주 센터와 백업센터와의 거리가 100km 미만 △형식적인 모의 훈련 △의사 결정에 대한 역할과 책임 부재 △IT 중심의 DR 계획 등 5가지다. 전자신문이 올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국내에서 DR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알려진 금융 업계의 주 데이터센터와 백업센터 평균 거리가 33km에 불과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재해복구시스템의 문제점은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자체가 미미하다는 점, 그리고 파일 위주의 백업 수행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재해·침해 사고 복구 계획이 없는 기업이 83%를 차지하는 등 사실 무방비 상태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지진 이후 재해복구에 대한 의식이 크게 바뀌었다. 일부 시스템에만 적용하던 DR 시스템을 전 시스템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한편 DR센터의 위치도 기존 적정 수준으로 거론되던 50km 거리의 2배 이상을 검토한다.

◇롯데, 국내 첫 DR 전용 센터 구축=국내에서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DR 센터 구축에 나선 기업은 롯데다. 실시간 거래가 많은 유통업이 주력이라는 점 등을 의식한 그룹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다.

롯데는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주 데이터센터에 대한 DR 전용 데이터센터를 지난해 대전에 구축 및 가동했다. 서울에 있는 데이터센터와 150km 거리를 둔 원격지 DR 센터로 8.0 내진 설계를 갖췄다.

재해 상황으로 해킹, 바이러스, 테러, 전쟁 등을 비롯해 화재와 수해 등 천재지변, 사람의 실수 등을 모두 포함시켰다. 대전 정부통합데이터센터와 근거리에 위치, 수해 안전지역이면서 안정적 전력 수급이 가능한 곳으로 물색하는 등 입지 선정도 까다로웠다.

업무 중요도에 따라 1~3급으로 나누고 각각 복구 시간을 달리하는 등 DR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했다. 다양한 백업 기능으로 데이터 보호가 가능하도록 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DR 클라우드 서버 풀(Pool)과 클라우드 스토리지 풀을 만들어 공통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포지(Forge)` 서버를 활용했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장비 가상화를 통해 투자 비용을 절감하면서 계열사별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며 “공통 서비스를 통해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그 효과를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약 5억원 규모의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비용이 약 3천만원에 해결되는 등 비용 효과가 크고,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과금 체계로 IT 자원에 대한 선 투자 부담과 IT 자원 부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등 업종 불문 DR 확산=전자의무기록(EMR)을 확산하고 있는 의료 업계도 DR 시스템 구축을 늘리고 있다. 올해 초 분당서울대 병원이 병원 밖에 DR 센터를 첫 마련하고 가동에 돌입했으며 경상대병원 등도 DR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2009년 시스템이 10시간 동안 멈추면서 모든 의료 서비스가 마비됐던 경상대병원은 이듬해 DR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본관에 위치한 주 데이터센터와 다른 건물로서 병원 내 암센터에 DR 장비를 구축하는 원격지 DR 체계를 마련했다.

경상대병원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은 금전적 피해가 있지만 병원에서 시스템이 멈추면 사람의 생명이 위급하기 때문에 DR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911 이후에 많은 기업에서 도입을 늘렸으며 장애를 겪고 난 이후 우리도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능한 즉시 복구`를 지향했던 경상대병원은 원거리에 실시간 데이터를 주는 `액티브 DR` 방식을 채택해 오라클의 골든게이트 등 솔루션을 적용했다. 기존에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부하를 주지 않고 기존 DB의 바뀌는 부분만 골라서 원거리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술이다. 체인지데이터캡처(CDC) 기술 범주에 속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무중단을 원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 병원은 HP의 컨티뉴어스액세스(CA) 솔루션도 도입, DR 상황에 따라 적절한 솔루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연 2~3회 모의 훈련 등을 통해 DR 상황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병원 관계자는 “장애가 났을 때 얼마나 빨리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뒀으며 테스트 결과 40분 이내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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