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엘피다 인수전이 급변했다.
엘피다 인수에 나섰던 유일한 일본 기업인 도시바가 1차 입찰에서 탈락한 후, 돌연 SK하이닉스에 공동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D램 사업에서 철수한 도시바가 엘피다의 모바일 D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공동 인수`라는 카드로써 초기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옵션을 쥐게 됐다. 공동 인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엘피다 인수전은 한일 연합과 미국기업 간 양자 대결로 좁혀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5일 인터넷판에 도시바 관계자들이 SK하이닉스를 방문, 엘피다 인수를 공동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도시바가 SK하이닉스에 엘피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양 사가 절반씩 출자하자고 제안했으나, SK하이닉스가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엘피다 인수 자금 확보에 부담을 느낀 도시바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공동 부담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했다. 도시바는 일본에서 운영되는 민관펀드로 인수 자금 일부를 조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는 1차 가격 입찰에서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엘피다의 모바일 D램과 자사 플래시메모리를 조합한 멀티칩패키징(MCP)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도시바가 SK하이닉스와 연합전선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했다.
도시바-SK하이닉스 공동 인수 추진이 성사되면 마이크론과의 인수 가격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엘피다 2차 입찰은 이달 마감된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엘피다 인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도시바의 공동 인수 제안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