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에너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 `ISO50001` 인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도 등으로 에너지관리체계 구축 필요성이 높아지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ISO50001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비용절감 차원에서 단기적인 에너지정책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에너지가 기업 경영의 핵심가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EnMS와 ISO50001=ISO50001은 기업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어떻게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지를 제3자에게 검증받는 표식이다. 지난해 6월 15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국제 표준으로 제정했다.
ISO50001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경영시스템(EnMS)을 구축해야 한다. EnMS는 조직의 원가절감을 위한 에너지효율 향상 활동을 전사적·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도구다.
에너지관리를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기업 경영의 핵심가치로 보기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에 에너지를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에너지관리를 특정 부서에 일임하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최고경영자가 에너지관리의 책임자가 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매순간 빈틈없는 에너지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EnMS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실시간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설비를 모니터링해 에너지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원단위 효율 분석, 제조설비 운전조건에 따른 최적 효율 도출, 공정·설비별 에너지 낭비 요소 파악 등 매순간 에너지 절감 활동을 펼친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 절감 성과를 정량화할 수 있어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비용 때문에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에 EnMS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사용현황과 절감 방안을 제시해준다.
이러한 장점으로 정부도 EnMS 보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EnMS를 목표관리제와 연계해 기업 경쟁력 향상과 이익 증대를 위한 효과적인 에너지절감 도구로 정착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년), 제4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2008~2012년), 녹색성장5개년계획(2009~2013년) 등에 EnMS 도입 확대 계획을 포함시켰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2010년 보고서에서 “EnMS를 기반으로하는 ISO50001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체계적 관리만으로도 10~30% 에너지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대응전략=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도가 시행되면서 사업장의 에너지 관리자들은 배출시설 및 배출량 현황, 공정별 에너지원단위 등의 정보가 담긴 명세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법적 의무 사항인 명세서 제출에 에너지 관리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목표관리제도 대응수단으로 ISO50001을 주목하고 있다. ISO50001은 목표관리제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에너지 경영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사용 설비를 분석하고 개선방안이 무엇인지 검토·발굴하는 등 중장기 에너지 수요 예측을 통해 목표관리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목표관리제도의 성공여부가 기업 내에서 에너지 관리체계를 어떻게 시스템화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면 ISO50001은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ISO50001 어떻게 획득하나=ISO50001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PDCA(Plan-Do-Check-Act, 계획·실행·점검·조치) 기법에 의한 공정·설비의 에너지효율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각 공정·설비별 효율적인 에너지관리를 위한 계획부터 조치까지 전 방위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계측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에너지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Plan)은 에너지 관리 목표와 부합하는 에너지절감효과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베이스라인, 에너지성과지표, 세부목표 및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이어 실시(Do)단계에서는 EnMS 실행·운영에 필요한 사항들(교육훈련, 의사소통, 문서화 및 관리, 운전관리, 설계 및 구매)을 동시에 이행하게 된다. 점검(Check)은 에너지 목표에 대한 에너지성과를 결정하는 프로세스와 그 운영의 주요 특성들에 대한 모니터링, 법규 및 그 밖의 요구사항에 대한 평가, 내부심사, 조치, 기록관리를 말한다. 마지막 조치(Act)단계는 EnMS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활동으로 경영검토 결과를 EnMS에 반영한다.
◆소박스:기업, ISO50001 인증 획득…목표관리제 선제적 대응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9년 4월, 2020년까지 탄소중립공항을 목표로 녹색경영체계구축, 에너지절약 및 효율화, 에너지자립, 탄소중립 등 4대 핵심전략 아래 64개의 전략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장기 녹색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이 가운데 EnMS는 에너지관리에 있어 핵심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초 세계 공항 가운데 건물 분야에서 처음으로 ISO50001 인증을 취득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009년 12월 KS A 4000 기준(기술표준원 제정 에너지경영시스템의 한국산업표준)에 따른 에너지경영 매뉴얼 및 절차를 자체 제정했다. 2010년 10월부터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는 `에너지경영시스템 시범인증사업`에 참여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현장 확인심사와 2012년 1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위촉한 외부 전문가 그룹의 최종 인증심사를 거쳐 인증을 취득했다.
EnMS를 구축하고 전략적인 에너지관리에 나서자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2010년 대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4.3%나 절감했다. 2010년, 2011년 2년 연속 정부와 약정한 에너지·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초과달성 했다.
유은갑 인천국제공항공사 에너지관리팀 차장은 “에너지절감의 시작은 현재 에너지 사용 현황을 파악하는것”이라며 “EnMS를 통해 정확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고 개선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에너지절감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유 차장은 또 “현재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에너지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에너지경영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서는 현대건설이 최초로 ISO50001 인증을 취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사 설계, 구매 등 주요부서, 기술연구소, 현대제철 3호기 고로 및 코크스 현장 등 5개 현장을 중심으로 ISO50001 인증을 받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
현대건설은 현장에서 10~30%의 에너지를 절감해 올해 약 67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조선업계 최초로 에너지경영에 대한 프로세스를 구축·인증 받아 `ISO50001`을 취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친환경 에너지경영 시스템 구축으로 에너지다소비 업종인 조선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현대제철 인천공장, 성신양회 단양공장, 삼성전자 구미 스마트시티 등이 자체적으로 ISO50001 인증을 획득했다.
◆소박스: 세계는 지금 에너지경영
세계 각국도 EnMS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은 2009년 유럽표준(EN 16001)을 제정해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 9%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EnMS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덴마크·스웨덴 등 국가에서는 에너지목표관리제도 참여기업에 EnMS 인증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SEP(Superior Energy Performance)제도 아래 EnMS 및 에너지원단위 개선에 대한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년 동안 약 600만달러(7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은 2009년 국가표준(GB/T 23331)을 제정하고 시범인증사업을 추진하는 등 EnMS 보급 확대에 국가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O)는 ISO50001 표준제정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 이익 대변에 앞장서고 있다. 개도국 에너지효율향상을 위한 핵심시책으로 EnMS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부터 기술표준원이 에너지경영시스템의 한국산업표준인 KS A 4000을 운영해오다 지난해 6월 국제 단일표준 ISO50001이 제정되자 10월 KS A ISO50001을 제정, 공표했다.
EnMS 도입에 따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우케미칼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에너지비용을 40억달러를 절약했으며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부가가치원단위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46%나 감축했다.
도요타는 EnMS를 도입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에너지 사용량 23%를 절감했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920만달러를 절약했다. 덴마크는 EnMS를 구축한 기업 절반가량이 5~10% 에너지비용을 절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