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3 레볼루션`에는 문어처럼 생긴 로봇 센티넬 수억마리가 인류 최후의 보루 시온을 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짜 생명체와 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센티넬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도대체 어떤 첨단 기술이 적용됐을까.
각각의 로봇이 자율적으로 주위상황을 인식하고, 다른 개체와 실시간 통신하며 협업하는 임베디드소프트웨어 기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로봇 수준은 아니지만 정보기기가 자율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기기간 자율 통신망 설정 및 통신기능을 통해 자율군집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지식경제부 SW 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차세대 SW플랫폼사업에 선정된 경북대 자율군집소프트웨어연구센터(Center of Self-Organized Software-platform·센터장 강순주)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토종SW를 개발하고, 고급 SW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센터는 정부 지원금만 매년 20억원씩 향후 5년간 총 100억원을 지원받는다.
이 사업에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와 대구대가 참여하고 있으며, LG전자를 비롯한 7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헬스케어기기와 자전거, 시계, 청소로봇, 단말형 의료기기 등 웰빙형 정보기기에 내장되는 임베디드SW다. 혈압계나 혈당계 등 헬스 및 메디케어기기에 내장될 수 있는 실시간 운용체계(RTOS), 통신SW, 보안 및 GUI 엔진 등 응용 가능한 SW개발도 포함된다.
특히 상황을 자율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컴퓨팅 기능과 완전분산 통신 기능, 소비전력 및 메모리 등 자원 제약형 기술 등이 지원되는 임베디드SW는 향후 웰빙형 이동기기의 핵심SW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스마트폰 등 기존 임베디드SW가 내장된 기기 대다수는 중앙 통제식 통신 방식과 사용자 입력에 반응하는 수동형 컴퓨터 방식을 채택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많다.
향후 등장할 웰빙기기들이 이 같은 중앙집중식 및 통제식 방식에 의존한다면 수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하고, 배터리 소모도 엄청날 것이다.
센터가 연구하고 있는 자율군집 SW플랫폼 기술은 새와 벌, 개미 등 군집생활하는 생물처럼 제한된 장소에서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업을 하는 완전분산 및 자율 조직형 통신기법을 웰빙정보기기에 내장해 오픈 소스화 하는 것이다.
이같은 웰빙정보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존 리눅스(LINUX)나 윈도 등 상용 운용체계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HW 및 SW가 밀접하게 연동되고 물리환경의 변화를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RTOS가 필수다. 여기에다 주변에 제공되는 서비스와 정보기기를 확인하고 통신망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다양한 SW개발도 요구된다.
센터는 사업기간 동안 환자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시계와 복약기, 혈압계, 혈액분석기, 응급 지원 스마트폰 동글, 인퓨전 펌프 등 소비자단의 응급제품군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고정형 및 이동형 응급 라우터와 이동체 위치인지서비스, 병원-약국 연동 온라인 의료처방전, 개인별 헬스정보 관리시스템 등도 개발목표다.
HW와 SW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고급 인력 양성도 센터의 미션이다. 센터는 앞으로 운용체계와 통신SW, 미들웨어 개발환경, SW공학적 개발 방법론 등 전문적 기술을 갖춘 석·박사급 SW 플랫폼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인력양성 방안으로는 내년 봄 학기부터 IT대학 내에 임베디드SW학과(가칭)를 개설해 석·박사를 모집하고, 기존 전자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 소속 석·박사를 대상으로 SW플랫폼 전문과정을 수강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센터는 이미 지난달 경북대와 DGIST, 대구대 석·박사 과정 및 참여기업 연구원 50여명을 대상으로 센터가 자체 보유한 기술인 RTOS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