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창업희망콘서트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창업희망콘서트:멘토에게 길을 묻다`가 열렸다.

참석자들의 사전 질문을 받아 답하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김정주 NXC 대표, 문지원 비키닷컴 대표,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가 청년 창업가 멘토로 나섰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대표 기업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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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김 대표는 넥슨을 창업해 국내 대표 게임회사를 넘어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키웠다. 문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비키를 창업해 지난해 미국 최고 벤처로 뽑혔다. 신 대표가 세운 티켓몬스터는 국내 소셜커머스 돌풍을 일으키고 미국 리빙소셜에 인수됐다.

김 대표는 창업 20년차 40대 CEO, 문 대표는 창업 6년차 30대 CEO, 신 대표는 창업 2년차 20대 CEO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성공한 기업가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들은 창업에 뛰어드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에 어린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며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선배 기업가가 전하는 성공 창업 길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성공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었나.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티켓몬스터(이하 티몬)는 사람이 중요했다. 그래서 키워드는 사람이다. 처음 티몬을 시작했을 때 인터넷 업계에 대해 아는 것도 적었고 사업 경험도 짧아 어려웠다. 이때 자신감을 주고 빨리 배울 수 있게 열정을 쏟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문지원 비키닷컴 대표=아직 가야 할 길도 멀고 가고 싶은 길도 멀어서 성공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하고 싶은 일을 겁 없이 즐기면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주 NXC 대표=40대니까 앞의 두 분과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다. 저는 꾸준히, 오래 게임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할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분들도 길게 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길게 하는 것, 이것이 성공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각 대표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이란.

▲신현성=도전이란 키워드와 일치한다. 창업 초기에는 하루 서비스가 대박나면 자신감이 붙었지만 다음날 바로 회사가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적인 변화가 심했다. 이를 극복하고 스스로 자신감 붙이면서, 또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일하며 계속 도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문지원=`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믿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주=초기에는 도전하고 바꾸고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규모가 조금 커지면 사람들과 조화가 있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내부에도 있고 외부에도 있다. 넥슨은 고객이 파트너도 된다. 1~2년 고객이 아니라 10년, 20년 같이 간다. 20년 전 이용자가 가족을 만들고 그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도 기업가정신이 아닐까 한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김정주=특별히 계기가 있지는 않았다.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회사, 회사가 만들어내는 가치 이런 것들을 생각했다. 넥슨이 첫 회사는 아니다. 훨씬 전부터 사업하다 망하고 또 하다 망했다. 어릴 때부터 사업하는 것이 즐거웠다.

온라인게임을 택한 것은 공부했던 분야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창업할 때 마침 접하고 공부하고 바꿔갈 수 있는 분야였고 좋은 사업 기회가 있었다.

▲문지원=대학 때부터 창업하고 망해 본 경험을 했다. 비키를 시작하게 된 것은 유학을 갔는데 영어가 너무 힘들었다. 이런저런 공부 방법을 찾던 중 자막팀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친구들은 미국 드라마를 번역할 뿐만 아니라 본인들이 얼리 어답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들이 번역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꼼꼼히 봐서 이들이 재밌다고 하면 진짜 재미있었다. 입소문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친구들을 위해 플랫폼을 만들면 언어장벽에 갇혀 소통하지 못하던 부분에서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이나 콘텐츠 제작자 등 모든 사람에게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신현성=대학교 2학년 때 미국에서 방을 찾는 웹사이트를 창업했다. 결국 함께 창업한 친구와 싸우다 망했는데 사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실패하니 도전해보고 싶었다. 4학년 때 다시 교수님들과 도전해서 회사를 잘 성장시켰다. 하지만 부모님이 취업을 원해 매킨지에서 2년간 근무했다. 이후 다시 사업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티몬을 창업했다.

-요즘 창업환경과 과거 환경이 다를 것 같다.

▲김정주=사회 인프라가 좀 달라졌다. 내가 사업 시작할 때만 해도 창업에 대한 인식, 지원제도 등이 없었다.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지금과 비교하면 훨씬 더 험한 시절이 1990년대 초에 있었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이 가지는 마음가짐이나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겪어야 하는 책임과 고민 등 근본은 변한 것이 없다.

-해외 창업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문지원=다 어려웠고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에서 해도 어려운 것이 창업인데 미국에서는 더 어렵다. 사업이 아니라 일상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제일 힘든 것은 언어 문제다. 투자받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 및 직원관리 등 영어가 들어가는 모든 일이 어려웠다. 도움이 됐던 것은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환경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명함 중심 위계질서 등 한국 사업 환경이 어려운 것 같다.

▲신현성=아직까지 한국은 실리콘밸리나 미국이랑 비교하면 창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대기업과 거래하고자 노력할 때 일화가 있다.

한 상무가 조금 취한 뒤 아들이 고등학생이고 졸업 후 제가 나온 대학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근데 아들이 졸업한 뒤 저같이 되면 실망할 것이라고 하더라.

창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좋은 사람이 같이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뛰어난 사람을 흔들어서 (창업하러) 나오게 하는 것이 아직은 힘들다.

-넥슨은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김정주=국내에서 보면 코스피, 코스닥밖에 없을 것 같지만 세상에는 증시가 참 많다. 게임회사라면 (게임 강국인) 일본에서 한번 상장해보자 하는 선택의 문제였다. 옷을 만드는 회사면 이탈리아에서 경쟁하고 자동차면 독일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서비스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한국 서비스만으로는 회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넥슨은 매출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 지 꽤 됐다. 지난해에도 70~80%가 해외 매출이다.

해외 서비스에 더 집중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국내보다 당연히 어렵겠지만 꾸준히 하고 오래하면 해외에서도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넥슨도 역사를 돌아보면 1997년에 만든 일본법인을 2000년대에 없앴다. 미국 법인도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 법인과 도쿄 증시 상장법인은 모두 두 번째, 세 번째 가서 다시 만들고 새 사람으로 시작한 것이다. 한번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망해도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결국에는 사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화술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문지원=실리콘밸리에 가면 투자받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는 분들이 많다. 이미 성공해서 이름 있는 CEO 아니면 한국이건 실리콘밸리건 아이템 하나에 선뜻 투자하지 않는다.

노하우보다는 비키 사례를 설명하면서 남들이 말로 준비할 때 프로토 타입을 준비해서 보여줬다. 아직 이용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출이 발생하지도 않았지만 앞으로 매출과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일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역량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본인들의 멘토는 누구인가.

▲신현성=멘토는 많았는데 그 중에서 직접 가르침을 주신 분이 함께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한 노정석 대표다. 창업 초기 창업자 간 지분 나누는 것, 누가 대표를 맡을지, 공동 대표를 해야 할지, 세금문제가 생기지 않게 계약서 쓰기 등 작은 문제 때문에 시간을 보낼 때 `정신 차리라`는 가르침을 줬다.

▲문지원=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고 근처에 스탠퍼드 대학이 있어서 창업자나 MBA 과정 학생에게서 많이 배웠다. 또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받으러 다닐 때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주면서 한마디씩 건네는 말들이 사업 키포인트가 되는 사례가 많았다.

▲김정주=세상에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자료 같은 것은 항상 있었다. 청년 창업자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분명히 참고자료가 있을 것이다.

나도 항상 커닝 페이퍼가 있었다. 게임 하나로 성공한 일본 스퀘어에닉스, 고나미 등이다. 찾아보면 이들 회사의 알려진 자료가 상당히 많다. 인센티브,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한 방법과 사례 등 항상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고나미 연감 같은 책도 사서 공부했더니 도움이 됐다. 어떤 사업을 할 때 어느 회사를 연구할지 살펴봤다. 따라서 어느 산업에 가더라도 내가 하는 회사 규모와 비슷한 회사를 찾으면 예상문제지와 답을 준다.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이다.

-청년 창업자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신현성=2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창업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 뛰어난 사람이 창업하려고 나서고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얘기하고 깊게 고민한다. 지금 대한민국 벤처 모멘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열정을 갖고 열심히 길게 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으면 한다. 나는 티몬을 M&A하면서 한계를 느꼈다. 한국에서 굉장히 잘하고 회사가 크더라도 미국에서 비슷한 서비스하는 회사보다 성장하기 어려웠다.

사업을 빨리 키우고 다른 나라에 빨리 진출해 규모를 키운다면 5~10년 안에 한국에서 출발한 서비스가 세계를 아우르는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꿈이 있다.

▲문지원=인터넷이나 모바일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한국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창업을 막 시작하는 분들은 즐기면서 하기 바란다. 나는 사업을 `한계에 도전하는 게임` 정도로 생각하고 즐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사업이) 재미있다.

▲김정주=세상 일이 이분법적으로 이건 어려운 일, 이건 안 좋은 일이라고 나뉘지 않는다. 또 나눠서 좋지도 않다. 그런데 취업과 창업은 이렇게 나뉜다. 회사를 가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길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창업은 이상한 길, 위험한 길,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좋은 회사 다니는 친구들에게 정말 행복하고 편한지 물어봐라. 절대 그렇지 않다. 어디나 문제는 있다. 동료문제, 조직문제 등. 특히 큰 회사에서 일할 때는 자기 결정권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바꿔보려고 해도 뜻을 펴기 쉽지 않다.

근데 회사라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내 결정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것이 굉장히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해보고 싶은 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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