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의도에서 갈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 설득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추진 주체인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가 다른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이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사를 회원사로 둔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와 자본시장 정책기관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초 금융위원회 이전을 둘러싸고 금융위가 금투협 건물로 이전하는 것을 타진하자 금투협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에 나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금투협 노조는 김석동 위원장 퇴진까지 주장하면서 금융위의 금투협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의 강경 자세는 최근 금투협과 금융위간 분쟁으로 번졌다. 최근 금융위로 파견된 금투협 직원을 되돌려 보내면서 소통 채널까지 막혔다.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로 전가되고 있다.
가장 큰 업계 현안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처리가 자존심 싸움에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작년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 참여 등 개정안에 맞는 신사업 추진을 위해 자기자본을 대거 늘린 증권사들은 급하게 다른 사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늘어난 자기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면 자기자본이익률 감소로 이어져 자본건전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개정안 불발로 증권사가 놓치거나 늦어질 사업은 PBS 외에도 많다. 대체거래시스템(ATS)과 기업대출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ATS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A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컨소시엄 윤곽이 만들어진 상황인데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그간 추진했던 일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PBS 사업을 위해 늘렸던 자본금을 상품 운용 규모를 확대하거나 헤지펀드 투자에 활용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놓치게 될까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 고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18대 국회 통과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13일 국회 토론회를 가졌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이후 4·11 총선으로 국회가 선거철로 돌입한 데다 임기만료인 5월 임시국회 소집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금융위와 금투협간 갈등은 가라앉질 조짐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투협이 똘똘 뭉쳐 개정안을 추진해도 국회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인데 본질에서 벗어난 논의로 업계 창구가 막혔으니 안타깝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개정안 통과는 업계 미래가 달린 사안으로 5월 임시국회라도 처리해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주요 내용
자료 금융위원회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