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통신대학교(8)
벤처기업 팬택. 한국정보통신대학원 대학교 외부 장학금 1호다.
1997년 9월 29일 정보통신부 장관실.
벤처기업인 팬택 박병엽 사장(현 부회장)이 강봉균 장관(지경부 장관 역임. 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과 박성득 차관(현 한국해킹보안협회 회장), 정홍식 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현 한국정보기술협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양승택 정보통신대학원대학 총장(정통부 장관. 동명대 총장 역임. 현 인터넷스페이스타임 컨소시엄 대표)에게 장학금 1억원을 전달했다. 외부 장학금 1호인 `팬택장학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양 총장은 장학금을 전달받고 앞으로 사용 방침을 밝혔다.
“감사합니다. 팬택이 기부한 장학금을 `팬택장학금`으로 별도 계정을 만들어 매년 이익금으로 중소기업체 소속 재학생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습니다.”
그해 12월 6일.
교육부가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설립을 허가했다. 정원은 210명이었다. 정통부와 정보통신인의 10여년 간구(干求)가 실현된 것이다.
대학교 측은 그해 12월부터 신입생 모집 원서를 교부했다. 모집학부는 공학계열로 정보공학부와 통신공학부, 기조전자공학부를, 인문사회계열로 산업경영학부 등이었다. 이 중 석사과정이 160명이고 박사과정은 50명이었다.
지원자격은 석사과정은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이며 박사과정은 석사학위 소지자로 구분했다. 이들은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구분해 선발했다.
특별전형은 해당 분야에서 2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소속기관장 추천을 받은 자로 한정했다.
대학교 측은 그해 12월 18일 서류심사결과를 발표하고 19일부터 24일까지 면접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12월 2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양 총장은 학생선발 시 기본요건만 정하고 나머지는 교수들에게 선발권을 넘겼다.
양 총장의 회고.
“대학은 학생 모집의 기본 요건만 정하고 나머지를 교수들이 면접 전형에 따라 선발하도록 했다. 대신 학생들의 학비는 전액 부담하게 했다. 학생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인턴으로 보내든지 아니면 교수가 연구비를 외부에서 유치해 보조연구원(RA)으로 책임지게 했다. 그것은 학비를 전액 부담해 받은 혜택은 쉽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그 혜택을 환원할 생각보다는 더 큰 혜택을 바라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항공사에서는 그 항공사 파일럿학교 출신들이 특권을 요구하고 경찰에서는 경찰대 출신들이 더 많은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신입생 모집에 공무원도 7명 응시했다. 소속 장관 추천을 받아서 왔다. 이들은 장관 추천을 받은 만큼 다 입학시켜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면접한 교수들은 대학원생 자격에 미달한다고 말했다. 교수들과 여러차례 회의를 통해 자격 미달인 사람을 입학시켜 학위를 주면 IT 특성화 대학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7명 중 서기관 한 사람만 합격시키기로 했다. 그 서기관도 학교에 몇 번 나오다가 자퇴했다.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공무원사회에서 대학교를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국민 세금으로 월급받고 학교에서 적당히 지내다가 학위나 받아가겠다는 생각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었다.(자서전 `끝없는 일신`에서)”
당시 통신공학부 박성욱 교수(현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의 증언.
“학생 선발권은 교수들이 행사했어요. 학교에서 만든 기본요건 외에 나머지는 제가 판단해 학생을 뽑았어요. 모두 5명을 선발했는데 학생들의 학비를 전액 부담했습니다. 이들은 인턴이나 혹은 보조연구원으로 활용했습니다.”
양 총장은 학사운영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먼저 1년 3학기 전일제 수업으로 교과 이수기간을 단축시켰다. 또 실무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인턴과정으로 연구기관이나 산업체 등지에서 현장근무를 하도록 했다. 특히 경영을 아는 기술인력, 기술을 아는 경영인 양성을 위해 공학부는 경영과목을, 산업경영학부는 공학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했다.
양 총장은 대학교 근무 규정도 엄격히 적용했다. 심지어 교수들도 9시 이전에 출근하도록 했다. 예외를 두지 않았다.
양 총장의 말.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단 정한 규정은 누구나 예외 없이 지켜야 합니다. 원칙대로 했을 뿐입니다. 교수 복무규정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이상 직원들과 같은 규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직원이 지각이나 결근을 하면 규정대로 처리하고 교수는 지각이나 출근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IT 특성화 대학으로 학생들이 교수지도를 기다리고 있는데 교수가 강의만 하고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교수 급여는 국내 최고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양 총장의 알려지지 않은 재주 한가지.
양 총장은 대학교 교가(校歌)도 작사 작곡했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재임 시절 원가(院歌)도 작사·작곡한 경력이 있다. 처음에는 교가를 공모했다. 하지만 당선작이 없었다. 그가 직접 나서 교가를 작사·작곡했다. 그는 학창시절 바이올린을 다뤘다. 양 총장 노래실력은 별로라고 한다. 작사·작곡 잘한다고 노래까지 잘하라는 법은 없다.
학생 모집까지 끝낸 대학 측은 첫 입학식을 3월 2일 갖기로 했다. 대학 측은 각계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그해 3월 2일.
충남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교정으로 희망에 부푼 신입생들이 몰려 들었다. 누런 교정 잔디밭에는 연한 녹색 물이 스며들어 봄 기운이 완연했다. 봄바람의 훈기가 사람들의 귀를 간지럽게 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는 강당에서 개교 첫 입학식을 열고 21세기 정보통신 분야 리더 양성을 위한 신입생을 맞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개교를 맞아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취임 후 첫 메시지였다.
김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앞두고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가 개교하는 것을 국민과 같이 축하한다”면서 “지식정보화 시대 준비는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과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대학교의 개교는 더욱 뜻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정보통신 산업은 새 세기의 미래정보사회를 실현하는 기반으로서 우리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꾸준히 육성해 나가야 할 필수적인 산업 분야”라며 “정보통신기술과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전문인력 양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대학교는 앞으로 정보통신산업체가 요구하는 연구과제 수행능력을 갖춘 우수한 전문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정보통신 분야의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요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입학식에는 박성득 정통부 차관과 홍선기 대전시장, 윤덕용 KAIST 원장(현 포스텍 부이사장) 등과 학부 및 대학원 신입생과 학부모 등 내·외빈이 참석했다.
입학식은 학교설립 경과보고, 총장 식사, 정통부차관 축사, 신입생 선서 등으로 진행했다.
양승택 총장은 식사에서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는 기존 대학과 차별화, 특성화를 통해 21세기 한국 정보통신 기술혁신을 주도할 고급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세계 초일류 연구중심 대학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신입생들은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갖춰 개인과 국가 목표를 함께 성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축사를 맡은 박성득 정통부 차관은 “정보화와 정보통신산업 발전의 성패는 기술개발과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 양성에 달렸다”면서 “그동안 우리는 고도 정보통신산업 분야 경쟁력의 원천인 석·박사급 고급인력이 부족했고 앞으로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어 “정부는 2005년까지 정보통신 산업을 세계 5위권 국가로 발전시킨다는 목표이며 2010년까지는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사회 정보화를 실천할 계획”이라며 “여러분들이 대학교에서 연구와 학문에 정진해 우리나라의 정보화 촉진과 첨단기술 발전을 선도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입학식에 재단 이사장인 정통부 장관이 불참했다. 대신 정통부 차관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1997년 12월 18일. 제15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선거결과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작고)가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듬해인 1998년 2월 25일 오전 10시. 김대중 대통령은 서울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임기 5년의 제1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이다.
김영삼 정부의 각료들은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2월 24일 모두 사퇴했다. 강봉균 장관도 2월 24일 이임식을 갖고 떠난 후 였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의 새 내각 발표가 지연됐다. 정통부 장관은 공석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3월 3일 개각을 발표했다. 정통부 장관에는 배순훈 대우프랑스지역본사사장(대우전자 회장. 국립현대미술관장 역임)이 발탁됐다. 배순훈 정통부 장관은 그해 3월 5일 급거 귀국해 취임식을 가졌다.
이런 사정으로 박성득 차관이 장관을 대신해 입학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이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의 개교는 ICT강국 코리아의 새 미래를 여는 일이었다. 정보통신 인재양성의 출발점이기도 했다.(한국정보통대학교 통합 이야기는 추후 다루기로 한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