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세계 2위 HDD 모터 업체 일본 알파나 인수…일본 기업 M&A 첫 이정표

삼성전기가 세계 HDD 모터 시장 2위 업체인 일본 알파나테크놀로지를 전격 인수한다. 자국 IT 기업들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일본의 자존심이던 부품소재 산업까지 한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기(대표 최치준)은 16일 세계 2위 HDD 모터 업체인 일본 알파나테크놀로지 지분 100%를 약 147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알파나는 지난 2008년 JVC에서 분사한 연매출 3000억원대 유수의 HDD 모터 업체다. 지난해 태국 대홍수 피해와 대지진 여파로 인해 3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에 빠졌다.

삼성전기는 알파나를 인수하게 된 배경이 무엇보다 IT 모터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최근 세계 HDD 시장이 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 등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모터 업계도 양산 경쟁력 확대가 절실해졌다. 삼성전기가 알파나를 인수하면 HDD 모터 시장에서 13%대의 점유율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선다. 시장조사 업체 TSR에 따르면 HDD 모터 시장은 지난해 6억3000만개에서 오는 2015년까지 8억2000만개로 연평균 7%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는 그동안 외장 HDD와 노트북PC용 2.5인치 HDD용 모터에만 주력했던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하는 한편, 알파나의 관련 특허와 원천 기술을 대거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세계 시장 1위인 모바일용 리니어 진동 모터와 함께 차세대 모터 시장을 선점해 세계 일류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알파나 인수가 한국 기업들이 일본 부품소재 업체들을 사들이는 대표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국내 광 픽업 모듈 전문업체인 옵티스가 일본 니텐산쿄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으나, 이처럼 대규모 인수는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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