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커, 리튬이온 2차전지 용량 4배↑ 복합소재 상업화 추진

실리콘 소재 유수 기업인 독일 바커가 2차전지 음극 소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 음극재 기초 재료인 흑연을 대체하는 실리콘 소재로 전지 성능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물질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바커(대표 루돌프 슈타우디글)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겨냥해 기존 리튬이온 전지 성능 및 수명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음극재료를 개발 중이라고 14일(현지시각) 밝혔다.

바커는 실리콘 기술을 활용한 2차전지 소재 개발을 위해 지난 2010년 본사 연구소에 팀을 꾸려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10년간 총 500억원 가까운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바커는 현재 개발 중인 실리콘카바이드(Si/C) 복합 재료를 음극활 물질로 사용하면 기존 흑연 재료 리튬이온 전지보다 저장용량을 4배나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i/C 복합소재를 전해액과 섞으면 발화점이 높아져 전지의 폭발 위험성이 줄어들 뿐 아니라 수명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2차전지 용량을 늘리기 위해 세계적으로 흑연 대신 실리콘·게르마늄 등 대체 물질을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돼왔다. 그러나 다른 물질을 첨가하면 배터리 무게가 증가하고 방전이 빨라지는 점이 기술적 난제였다. 바커는 탄소로 복합재료를 배합해 실리콘이 지닌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

바커의 2차전지 소재 시장 진출 배경에는 독일 정부가 발족한 `독일연방전기차플랫폼(NPE)`가 있다. NPE는 독일이 차세대 전기차 및 부품·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산학연이 공동 추진 중인 국책 프로젝트다. 바커는 머크·바스프 등 독일 현지 화학소재 기업과 함께 2차전지 소재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바커는 2차전지용 Si/C 복합재료 사업화를 위해 삼성SDI·LG화학 등 대형 전지 업체들이 포진한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경기도 판교에 1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전자소재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바커 관계자는 “바커 독일중앙연구소가 개발한 신기술을 응용해 사업화하는데 한국 연구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삼성·LG 등 대형 고객사들이 있는 만큼 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필연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바커가 최근 국내 전지 업체들과 협력 수준을 높이는 것은 일본 신에츠 등 경쟁사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리콘 소재 시장에서 바커의 강력한 경쟁 업체인 신에츠도 유사한 실리콘 복합 물질을 개발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뮌헨(독일)=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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