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가 R&D 4.0 시대를 연다](2)기술과 창의적 도전이 만난다

`연구개발(R&D) 과제 평균 성공률을 2010년 96.5%에서 오는 2014년까지 50%대로 낮춘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R&D 문화를 R&D 진행 과정에 접목하기 위해 지식경제부가 선택한 조치다.

산학연에 만연해 있는 무사안일 식 사고를 잠재워, 난이도 높은 R&D 도전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실패한 성과도 미래 자산으로 남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 R&D 과제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리스크에 민감한 기업이 스스로 추진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정부가 진행해 공백을 메워나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정부 R&D 성공률에는 적지 않은 거품이 끼어 있다. 평가 과정의 온정주의와 R&D 실패 두려움이 원인이 됐다. 결국 정부 R&D 지원 체계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내놓지 못한 채 선진 기술 따라잡는 추격형 기술만을 잉태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2008~2010년 3년간 평균 평가 과제 1572건 중 무려 1538건(97.8%)이 성공 과제로 평가받았다. 평균 실패 과제는 33건(2.1%)이었다. 이 중 연구인력 참여 제한 또는 연구비를 회수한 평균 불성실 실패 과제는 단 13건(0.8%)에 그쳤다. 외견상 지식경제부 R&D 성공률은 매우 높아보였지만 단기 기술개발 성과에 머물렀을 뿐 혁신 기술개발 성공은 찾아보기 드문 실정인 것이다.

이에 지경부는 올해를 기점으로 창조적 R&D, 도전적 R&D, 동반성장 R&D 등 R&D 정책을 펼쳐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과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2011년 기준으로 R&D 사업 비중의 53%, 예산비중의 67%를 차지하는 산업원천기술개발, 에너지융합원천기술개발, 글로벌 전문기술 등 기술개발 사업 부문 체계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정부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자리 잡기 위해 창조적 기술 혁신체계를 과감히 도입하기로 했다. 산업기술과 인문학 간 융합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기술인문융합창작소(가칭)를 이달 설립해 중장기 전략 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창의적 혁신적 기술과 제품을 내놓지 못한 현재 R&D 체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실제 우리나라가 원천기술 부재로 인해 선진 기업에 지출하는 로열티 비용은 지난 2007년 29억2000만달러에서 지난 2009년 48억5000만달러로 기술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과제 기획 전 단계에서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 참여율을 높이고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지성형 `융합문화 카페`를 도입해 온·오프라인에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톱다운(Top-Down) 방식의 과제 기획보다는 창의적인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확보하기 위해 수요자 참여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이달 말 사업 접수가 종료하는 `창의 도전형 SW R&D사업(20억원)`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기존 대학·연구소·기업 등 법인 대상 R&D와 달리,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대학생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경부는 유능한 인재가 SW분야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이 사업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이 없는 SW 인재들을 겨냥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글로벌 SW 벤처 탄생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개발포상금 제도, R&D 행정절차 간소화 등을 바탕으로 연구 인력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환경도 조성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포상금 제도는 혁신적 기술개발 목표를 사전에 제시하고 개발에 성공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경부는 에너지·복지 등 분야에서 2개 과제를 기획한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포상금 지급 예산을 협의하고 있다. R&D 행정 절차도 관리자인 평가기관이 아닌 수요자인 연구인력 중심으로 전환해 기술개발 유연성을 높이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전용 R&D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월드 클래스 300` 등 중소·중견기업 전용 R&D사업 비중을 지난 2010년 28%에서 올해 31%, 오는 2015년 40%로 확대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그간 대기업 주도로 추진해온 소재 분야 R&D체계에 `벤처형 전문소재` 개념을 도입해 중소기업도 특정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시화·반월, 대구 성서, 광주 등 소재〃부품기업 밀집지역에 위치한 생기원 분원에 `소재〃부품 성장통 극복센터`를 설립해 중소·중견기업의 성장통 극복과 대형화·전문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 R&D사업에서 기술개발 부문은 사업성과 창출보다는 사업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연구자의 창의성 발휘를 가로막는 단점이 있었다”며 “쉽지 않겠지만 혁신 역량을 제고하는 R&D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2008~200년 지식경제 R&D 최종평가 과제 수 대비 성공 (보통 이상 등급) 과제 수 비율은 전체의 97.8%

* 평가등급 : 우수, 보통, 실패(성실실패, 불성실실패)

(단위 : 건, %)

주) 성실실패, 불성실실패 판정 : 평가위원회에서 ①계획된 최종 개발목표 미달성 ②수행결과가 사업화 가능성이 낮은 때 ③사업비의 관리 및 집행정도가 불성실한 때 등을 검토·판정

〃 2008~2010년 지식경제 R&D 최종평가 과제 수에서 성실실패 과제 수 비율은 1.3% 수준

[기획-국가 R&D 4.0 시대를 연다](2)기술과 창의적 도전이 만난다
[기획-국가 R&D 4.0 시대를 연다](2)기술과 창의적 도전이 만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