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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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정보기술(IT) 업계에 커다란 영감을 주던 존재가 사라진 것이다. 일부는 IT산업의 혁신 아이콘이 사라졌다면 우울해 했지만 또다른 일부는 잡스의 존재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들이 제기한 첫 번째 쟁점은 `잡스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잡스가 사망하기 전부터 국내의 수많은 전문가들은 `애플을 따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잡스 열풍을 타고 무섭게 번졌고 사망 이후 극에 달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튠스, 아이폰, 아이패드 등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하며 빅 히트를 기록했고 수익성은 하늘을 찌를 듯 했기에, 이 같은 주장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은 애플 따라하기가 `매우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애플의 전략이 `도 아니면 모`기 때문이다. 잡스는 일반적인 경영 전략과 정반대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 제품 양산과 출시 일정보다 품질을 더 중시했다. 모든 기업은 특성과 전략 및 사업 환경이 다르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애플을 모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애플은 매우 독특한 회사”라며 “배우면 좋겠지만 배운다고 배워지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쟁점은 기업이 `시장 점유율`에 집중해 `마음 점유율`을 소홀히 하면 언제든지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 점유율이란 소비자가 기업에 갖고 있는 인식을 뜻한다. 구글이 막대한 자금을 쏟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참패한 이유, 마이크로소프트 망고폰이 힘을 못 쓰는 이유, 애플이 스마트폰에선 성공하고도 TV에선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바로 소비자가 그 기업에 갖고 있는 인식 차이 때문이라는 것. 아마존의 전자책은 `책`으로 인식돼 성공했지만, 소니의 전자책은 `기계`로 인식돼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잡스에게 배울 점 세 가지를 꼽았다.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 권위자 조광수는 `개인화(personalization)`란 단어에 주목했다. 혁신 전문가 김동준은 `연결성(Connecting)`을 골랐다. 디자인 경영 전문가 김재범과 장영중은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오늘날 기업은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융합한 디자인 사고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집필 형식을 벗어나 토론과 발표라는 현장감 높은 형식을 취했다. 잡스 모방은 위험하지만 세 가지 배울 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기업과 개인은 포스트 잡스 시대의 살 길을 찾을 것이다.

김재범·김동준·조광수·장영중 지음. 지식공간 펴냄. 1만5000원.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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