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유희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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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친구는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는다. 이 친구를 낳은 아내와 내가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게 드물어서다. 웬만해선 컴퓨터를 켜지 않다 보니 그 친구도 자연스레 인터넷에서 멀어졌다.

게임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장기판이나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들고 귀찮게 달려든다. 그리고 그에게… `닌텐도DS`가 있다. 세뱃돈 등속과 한 권에 100원쯤 쳐주는 독서 포상금을 모아 사느라 또래보다 한참 늦게 손에 쥐었다. 그나마 `집에 있는 토요일 낮 두 시간`만 즐기기로 했다. 은근히 일이십 분씩 약속한 시간을 넘기기도 하나 시계에 주목하며 스스로 조절하니 크게 나무랄 게 없다.

그 친구는 한동안 나를 `닌텐도DS` 세계로 꾀어냈다. 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야구·축구 게임을 내세워 `닌텐도DS가 재미있음`을 보여 주었다.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심드렁해졌다. 어릴 적부터 이런저런 게임에 몰입한 뒤 찾아왔던 허망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후로 내 친구와 `닌텐도DS` 간 관계도 얼마간 느슨해졌다. 나는 그저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올 그 친구를 기다릴 뿐이다.

이런 마음으로 내 친구의 여러 게임을 대강 보아 넘기던 차에 `유희왕`이 되살아났다. 그 친구가 수년 전에 즐긴 카드 게임이다. TV 애니메이션이 있고 인터넷에서 게임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친구가 이 게임에 한창 빠졌을 무렵 내가 집으로 전화를 걸면 무선전화기 창에 게임 속 캐릭터인 `푸른 눈의 백룡`이 떴다. 지금도 엄마는 `슈팅 스타 드래건`, 이모는 `엑조디아`일 정도다. 게임에 점점 빠져들다 보니 카드도 늘었다. 다른 친구와 카드를 바꾸거나 새것을 사들였다.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1975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딱지를 모았던 내 마음과 비슷하겠거니 여겼다. 그런데 21세기 딱지(유희왕)는 조금 달랐다. 때깔만 좋은 게 아니었다. 즐기는 방법이 복잡하고, 카드 종류가 매우 많았다. 내 친구가 더 많은 카드에 욕심을 낼만 했다. 나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희왕`에 유감스러웠다. 캐릭터별 공격과 방어 능력으로 겨루는 데 그치지 않고 `함정·마법카드`를 동원하는 게 못마땅했다. 어린이끼리 함정을 파고, 마법까지 걸며 승부를 다투는 구조가 탐탁하지 않았다.

불만은 더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1만7000원에 산 카드 200장들이 `유희왕-파이브디즈 오피셜카드게임` 상자 때문에 마음이 몹시 상했다. 쓸 만한 게 서너 장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쓸모가 적거나 같은 카드였다. 포장도 싫었다. 비닐로 다섯 장씩 따로 싸 환경친화적이지 않았다. 섭섭하거나 언짢은 느낌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이런 게임을 좋아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 가뜩이나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과몰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요즘이다. 짧은 수익보다 `건전하여 긴 게임문화`를 지향하는 관련 기업의 성찰이 못내 아쉽다.


이은용 논설위원 ey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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