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으로 대표되는 유통사와 중소제조사의 보급형 기획제품 열풍이 가전유통업계 최대 화두가 됐다. 대부분 대형마트나 홈쇼핑·오픈마켓은 `올킬`이나 `굿` `쇼킹` `통큰` 등의 자체 PB 브랜드를 내세워 TV제품을 출시한 상태다. 백색가전으로까지 제품군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급형을 넘어 삼성·LG와 직접 경쟁할 프리미엄 제품도 대거 준비 중이다. `반값 열풍`이 고착된 시장을 흔들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넓혀 준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지나친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성 확대` 순기능=그동안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과 LG가 장악하다시피 돼 있다. 소비자들은 이들 제품 외에 다른 물건을 찾아볼 곳조차 많이 없었다. 일단 다양한 제품군이 시장에 등장한 만큼 소비자 선택권은 넓어진 셈이다. 프리미엄 제품이 필요없는 데도 선택할 물건이 없었던 소비자들에게도 순기능을 한다. 구매자는 여러 제품 가운데 `가격대비 성능`을 따져 자신만의 효용을 극대화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가 약한 중소기업들은 대형 유통사의 이름값을 활용해 제품을 내놓을 기회를 잡았다. 유통사들은 `반값` 제품이 벌어오는 수익도 있지만 주변 상품에 대한 파급까지 다양한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 유통사와 중소제조사간 `윈-윈 모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폭탄 돌리기` 과열 우려도=시장이 무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값 제품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PB 형태 TV를 출시한 유통사만 10여개에 달한다. 아직까지 대부분 제품이 `이벤트`성 판매에 성공했다. 계속 생산을 늘리다 보면 이들 간에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
대형 유통사에 중소 제조사가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 기획에 맞춰 생산 시설을 무한정 키워놓았다가 부품 재고가 쌓이거나 물품이 소진되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무시 전략`이지만 시장 일부를 잠식당한 대기업들이 어떤 카드로 반격에 나설지도 중요 관전 포인트다.
◇열풍이 계속될까=유통업계는 당분간 `반값` 흥행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가전을 넘어 일반 생활용품으로까지 상품은 다양화했다. 유통사들도 적극적 상품 소싱에 나섰다. 중소 제조업체들도 유통망 확보차원에서 기획상품 참여에 적극적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 확대 등 소규모 가전유통시장 수요가 커지는 점도 보급형 제품 시장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다.
반면, 기획 PB 가운데 일부에서 문제만 나와도 시장 자체가 공멸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두개 불량제품이 반값 시장 전체에 이미지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사 관계자는 “`가격대비 성능`을 무기로 한 상품 가운데 한 두개 기능 이상만 나타나도 소비자가 반값 제품시장 전체를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제품 검증과 AS 등의 신뢰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